미쓰비시중공업의 '화려한 부활'
지난달 31일 세계 항공기 업체들의 눈은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에 쏠렸다.

미쓰비시는 이날 전일본공수(ANA)로부터 자체 개발한 중형 제트 여객기 25대를 수주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쓰비시가 보잉 에어버스 등이 장악하고 있는 항공기 시장 진출을 본격적으로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됐다.

미쓰비시는 중형 항공기의 세계 수요가 향후 20년간 5000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이 가운데 1000대를 수주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쓰비시는 지난해 9월에도 화제가 됐다.

일본의 첫 달 탐사위성인 '가구야'를 실은 'H2A로켓' 발사에 성공한 것이다.

미쓰비시의 로켓 발사로 일본은 '우주 강국' 대열에 합류했다.

2000년대 초 잇따른 사고와 실적 악화로 '한물 갔다'는 평가를 받은 미쓰비시중공업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로켓에 이어 제트 여객기,방사선 치료기 등 하이테크 제품을 잇따라 상용화해 '기술의 미쓰비시'라는 옛 명성을 되찾았다.

조선과 발전설비 기계 우주항공 등 전형적으로 '중후장대'한 사업을 벌이고 있는 미쓰비시는 현대자동차 설립 초기 엔진 기술을 전수한 회사이기도 하다.

미쓰비시중공업은 2002년 나가사키 조선소에서 건조 중이던 호화 여객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가 전소되는 사고가 발생,1884년 창사 이후 최대 불상사를 겪었다.

2003년엔 'H2A로켓' 발사에 실패했고,또 다음 해에는 자회사인 미쓰비시자동차의 제품 결함 은폐로 불매 운동이 일어나면서 경영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잇따른 사고로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던 2003년 6월 미쓰비시는 해외사업 담당이었던 쓰쿠다 가즈오 상무(65)를 사장으로 승진시키면서 회사 재생의 임무를 맡겼다.

쓰쿠다 사장은 취임 일성으로 '기술의 미쓰비시'를 내걸었다.

그는 전국 각지의 생산 현장을 방문,보유 기술력을 살려 미래 시장에서 패권을 겨룰 수 있는 하이테크 제품을 개발하라고 사원들을 독려했다.

성장 잠재력이 큰 중형 여객기와 로켓 개발에도 매달렸다.

의료기기와 풍력발전설비 등 환경제품 상품화에도 힘을 쏟았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투자를 늘리고 신기술 개발 사업에 승부를 걸었다.

총 사업비 3000억엔에 달하는 제트 여객기 개발은 창사 이래 최대 프로젝트였다.

그는 또 신규 사업전략을 '사업소 최적'에서 '사업 최적'으로 바꿨다.

전국 사업장에서 가장 우수한 인력을 한곳에 모아 신제품 개발에 나서도록 한 것이다.

올초 선보인 방사선 암치료기 'MHI-TM2000'은 이런 방식으로 개발한 제품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벌써 30기의 주문을 받았다.

제품 신뢰도가 다시 높아지면서 수주액은 2006년에 3조2000억엔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2007회계연도(2007년 4월~2008년 3월)에는 3조5000억엔에 달해 최고치 경신이 확실시된다.

2004년 40억엔에 불과했던 순익은 2006년 488억엔으로 급증했다.

회사가 부활에 성공하면서 쓰쿠다 사장은 지난 1일 회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회장 취임사에서 "제조업 경쟁력의 핵심은 기술력"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