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각종 신도시개발과 그에 따른 학교설립 계획이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수조원이 들어가는 토지매입비 조달계획조차 제대로 수립돼있지 않아 자칫 학교대란이 벌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6일 경기 인천 서울 등 수도권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참여정부가 동탄 판교 김포 파주 양주 송도 청라 등 신도시개발 계획을 세웠지만 여기에 꼭 들어가는 학교설립 예산에 대해서는 지자체와 정부,시.도교육청,신도시분양 사업자 등이 나몰라라 하고 있다.
수도권 지역에서는 앞으로 4년간 모두 11조원가량의 학교 설립 비용이 필요하지만 교육과학기술부의 학교 설립비 지원 예산은 현재 연간 1조원 수준에 불과하다.
경기도의 경우 향후 동탄제2신도시 판교 김포 파주 하남 평택 양주(옥정) 수원(광교) 등 신도시 개발계획이 줄줄이 잡혀있다.
이 도시에 들어설 학교는 앞으로 3년간 316개에 달한다. 학교당 200억원가량 소요되는 토지매입만 줄잡아 6조3000억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땅값이 오르고 갑작스럽게 신규 학교 수요가 늘어나 재원마련 방안이 없는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송도.청라.영종신도시 등이 들어서고 있는 인천시도 2014년까지 143개교,2020년까지 새로 45개교가 더 필요하다. 이 학교를 제대로 공급하려면 토지매입비로 4조7000억원을 마련해야 한다. 인천시 역시 천문학적인 토지매입비를 조달하기란 불가능하다. 인천시교육청의 한 해 예산 1조8000억원 중 인건비(1조2000억원)와 기존 학교 운영비 등 고정예산을 제외하면 남는 돈은 연간 1000억~2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뉴타운 개발로 곳곳이 들썩이는 서울에도 앞으로 4년간 78개 학교를 2조7000억원가량 들여 지어야 한다. 인천과 경기도에 비해 물량이 적은 편이지만 서울시교육청도 재정 마련이 여의치 않은 상태다.
이처럼 예산부족에 따른 '학교 대란'이 우려되는 것은 그동안 학교 설립 비용을 시.도교육청과 절반씩 부담해온 지방자치단체의 학교용지부담금 수익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학교용지부담금제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이 난 이후 입주자들은 아예 안내게 됐고 개발사업자들도 공동주택의 경우 분양가격의 0.4%,단독주택은 0.7%로 부담금 비율이 절반으로 줄었다.
모자란 시.도 교육재정을 교부금 형태로 지원해오던 교육과학기술부도 "개발지역에 지나치게 재정을 투입하면 기존 구도심이나 지방,농.어촌 학교에 줄 돈이 없어진다"며 발을 빼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국무총리실 주재로 당시 교육부와 건설교통부 토지공사 등을 불러모아 대책 회의를 열고 원칙적으로 시.도교육청의 학교용지비 부담을 줄여주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시행방안이나 법개정 없이 '땅값을 5년에 걸쳐 납부한다'거나 '당장 급한 판교신도시 등에는 일단 계약금 없이 학교부터 짓고 재원은 나중에 마련한다'는 미봉책만 몇 개 나왔을 뿐이다.
시.도교육청은 교과부와 함께 학교를 '공공시설'로 지정해 도로와 마찬가지로 조성원가에 포함시켜야 도시개발과 학교설립이 원활하게 맞물려 돌아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상은/강황식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