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온에어'서 인간적인 매니저 역


'오 브라더스' '짝패' 등을 통해 스크린을 주름잡다 지난해 SBS TV '외과의사 봉달희'를 통해 드라마로 활동 영역을 넓힌 이범수. '외과의사 봉달희'에서 냉철한 의사 안중근 역을 맡아 '버럭 범수'라는 별칭을 얻으며 새로운 모습으로 사랑받았던 그가 두 번째 드라마인 SBS '온에어'로 다시 한번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에는 지극히 인간적이고 마음이 넓은 매니저 장기준 역이다.

3일 저녁 경기도 고양시 탄현 SBS제작센터에서 '온에어' 촬영을 마치고 나오는 이범수를 전화로 만났다.

그는 '온에어' OST 녹음을 앞두고 노래 연습을 위해 바삐 장소를 이동 중이었다.

장진영, 고소영, 이미연, 강혜정 등 스크린 출신 배우들이 지난해 잇따라 브라운관에서 실패했던 것과 달리 이범수는 연속 홈런을 치고 있는 중이다.

그는 "운이 좋아서 그렇다. 정말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껄껄 웃었다.

이범수는 매니저 역을 맡은 것에 대해 "세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첫째 장기준은 경우에 따라 '너 필요 없으니 가!'라며 배우에게 소리 지를 수 있는 신념과 소신이 있는 매니저입니다.

둘째 남자다운 리더십과 카리스마가 있으면서도 자신의 배우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뛰어다니고 늘 희생과 배려를 하는 부드러움이 있어요.

그리고 셋째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적이고 낙천적인 면이 있죠. 이런 모든 면이 있기에 이경민 PD와 매니저 장기준 중 장기준이 훨씬 마음에 들었습니다."

'온에어'에서 장기준은 '남들이 널 사랑하게 만들지 말고 동경하게 만들어라'는 등 배우에게 뼈와 살이 되는, 구구절절 옳은 말만 한다.

그런데 그 와중에는 '얼굴에 분칠한 것들 믿지 말라는 거야. 키우면 떠나고 또 키우면 뒤통수 치고 계약금 몇 푼 더 주면 등 돌리는 데 0.1초도 안 걸리는 게 배우들이야'라는 대사도 있었다.

과연 배우 이범수는 어떤 생각으로 그런 대사를 소화해냈을까.

"그 대사를 할 때는 배우 입장에서 했습니다. 매니저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배우 이범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연기이기 때문에 장기준으로서 그런 대사를 했지만 그 대사를 이해하는 과정에서는 분명 배우의 입장이었습니다."

알듯 모를 듯한 설명. 그래서 '그 대사에 동의할 수 없다는 거냐'고 재차 물었다.

"하하. 재미있죠? 그런데 내가 날 속일 수는 없잖아요.

A가 B로 변신할 수는 있어도 A가 A를 부정할 수는 없잖아요.

그런 차원에서 그 대사를 했다는 겁니다."

장기준은 까칠하고 도도한 여배우 오승아 때문에 매 순간 애틀 태운다.

현실의 배우 이범수는 자신의 매니저 속을 썩인 적이 없을까.

"개인적으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배우와 매니저의 관계는 커뮤니케이션과 신뢰를 바탕으로 존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발전을 기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범수는 '온에어'가 그리는 방송계, 연예계의 모습에 대해 "50%만 사실적"이라는 의견을 냈다.

"단적으로 극중 오승아의 모습은 극단적입니다.

극의 재미를 위한 과장이죠. 장기준 역시 매니저의 사실적인 모습이라기보다는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죠."

그는 "이 드라마는 시청자들을 계몽하거나 교훈을 주려는 게 아니라 오락, 휴식 같은 역할을 한다"면서 "사람들이 TV를 통해 연예인들을 많이 보지만 실제 연예계의 일상, 실상은 모르지 않나. 그런 면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우리 드라마를 보면서 '저럴 수도 있겠구나' '저런 상황도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50%만 진짜라고 믿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