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공공기관이 수백억원대의 시간외 근무수당을 전직원에게 지급하는 등 인건비 편법인상을 비롯해 채용 비리, 방만 경영. 편법인사, 업무부담 처리가 심각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감사원은 31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예비감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은 사례가 나타나 문제있는 임직원에 대해서는 책임을 규명해 문책조치하고 종합감사결과는 기획재정부에 통보해 기관별 경영실적 및 임원평가 등에 적극 반영되도록 조치했다고 31일 밝혔다.

감사원은 또 일부 공공기관 임원들은 업무추진비를 유흥경비로 사용했고 총선출마 등 정치활동에 집중해 직무를 태만히 하는 등 도덕적 해이 사례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 인건비 편법인상 = 토지공사는 30주년 기념 명목으로 매월 2~18만원을 직원 계좌에 입금, 2005년 3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모두 53억3천300만원을 지급했고 개인연금저축 지원 명목으로 전직원에게 매월 9만원을 지급하는 등 2003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모두 212억5천100만원을 지급했다.

또 도로공사는 2006년, 2007년 도로사업 부문의 수익 215억원을 부대사업 부문 수익으로 계상하고 부대사업 부문에서 발생한 손실 431억원을 도로사업 손실로 전가하는 방법으로 부대사업 순이익을 646억원 과다계상했다.

마사회는 2001년부터 시간외 근무수당을 기본급으로 일괄 전환해 부당지급했고 2004년 11월부터는 시간외 근무수당 항목을 예산에 재편성해 초과근무 실적과 상관없이 직급별로 14만8천원∼9만원을 지급하다 2006년 12월 기본급에 편입하는 방법으로 인건비를 편법인상했다. 2002년부터 올해 2월까지 편법으로 지급된 시간외 근무수당은 23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중소기업은행은 3급 과장급 이하 직원에게 매월 8시간 한도로 시간외 근무수당을 지급했으나 2005년 12월 노사합의에 따라 전 직원에게 모두 100억원의 시간외 근무수당을 일시불로 지급했다. 2006∼2007년에는 세차례에 걸쳐 250억원을 시간외수당 명목으로 전직원에게 지급했다.

◇ 업무추진비 무분별 집행 = 한전KDN 감사 A씨는 공휴일과 휴가 중 833만원, 스포츠 의류용품 구입에 119만원을 사용하는 등 업무추진비 1천130만원을 사적 용도로 사용했고 공휴일에도 업무차량을 개인일정에 사용하는 등 유류비 1천여만원를 회사 경비로 집행했다. 특히 A씨는 2006년 3월 임명 이후 2008년 1월 국회의원 출마 기자회견 등 정치활동을 위해 모두 14차례에 걸쳐 출마예정지를 방문했고 선거사무소를 개소한 2월부터 낙천된 3월까지 공천을 받기 위해 모두 15차례 이상 정당을 방문했다.

증권예탁결제원은 2005∼2007년 업무추진비 등 섭외성 경비를 한도초과해 집행했다. 이중 임원들은 유흥주점, 나이트클럽 등의 유흥경비를 법인카드로 집행했고 골프접대비, 상품권 구매, 보석구입 등에 8억4천800만원을 사용했으며 이사회를 제주도 골프장, 용평리조트에서 개최하는 등 최근 3년간 이사회 행사비로 9천700만원을 집행했다.

◇ 방만. 편법인사 = 도로공사는 경영효율화 명분으로 182개 고속도로 영업소(톨게이트)의 통행료 수납업무를 아웃소싱하면서 10개 영업소만 공개경쟁 입찰을 통해 운영자를 선정하고 나머지 175개 영업소의 경우 수의계약을 통해 15년 이상 장기근속 퇴직자에게 운영권을 배분했다. 도로공사는 이에 따라 외부용역비 76억원 과다지급 등 예산을 낭비해 경영에 부담을 초래했다.

또 석유공사는 2006년 2월 구조조정 명목으로 102개 팀을 85개 팀으로 축소개편했으나 3급 이상 상위직(팀장급)은 176명에서 196명으로 늘리고 한 팀에 팀장급을 복수 배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팀장 이상 직위를 받지 못한 상위직에 대해서는 일정 수준의 급여를 보장해 주기 위해 팀장에 준하는 직위에 임명하고 팀장과 같은 급여를 지급했다. 석유공사 모 사무소의 경우는 직원 14명 중 팀장급 간부가 5명에 달했다.

조폐공사는 2005년, 2007년 신규채용시 인사팀장 등의 청탁을 받고 자격증 점수 등을 조작해 순위 666위인 사람을 45위로 끌어올려 합격처리했다.2007년 정규직 기능인력 31명을 채용한 석탄공사의 경우 총무부장 등이 인사청탁을 받고 응시원서 선별접수, 경력증명서 위조를 통해 10명을 부당채용했다.

◇ 자회사 부당확장 및 편법지원 = 도로공사는 2007년 4월 자회사인 한국건설관리공단을 민영화하는 방안을 마련토록 감사원으로부터 통보받았으나 2008년 2월 경영개선방안을 마련하면서 민영화를 2015년 이후로 미뤘고 한국건설관리공단이 도급순위 30위권의 설계업체를 인수토록 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또 전력공사는 2005년 2월 중구 행당동 소재 비업무용 토지를 한전산업개발에 시세의 3분의 1수준인 376억원에 매각했고 한전산업개발은 2006년 12월 해당토지를 984억원에 다시 매각해 608억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디지털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