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신경전 어디까지... 얽히고 설킨 M&Aㆍ리딩뱅크ㆍ토종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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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갈등과 반목도 심해지고 있다.
제각각 인지도를 높이고 각자 유리한 방식대로 거래를 이끌려다 보니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약점을 들춰내는 일도 빈번하다.
31일 금융계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최근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매각 시작을 발표한 직후 "산은이 현대건설의 매각에 대해선 현재 계획이 없다는 입장만 밝히는 등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맹비난하는 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외환은행은 "산업은행이 현대건설 매각과 관련해 시장의 기대를 뒤엎었으며 국책은행으로서 최소한의 일정이나 구체적 계획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규탄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은 공식적 대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과거 부실화됐을 때 당시 사주가 어떤 문제(구사주 문제)가 있었는지 또 이것이 향후 매각에 영향을 줄지 등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를 외환은행 측에 여러차례 전달했는데 무책임하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맞받아쳤다.
외환은행은 국민은행과도 불편한 관계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지난달 20일 주총장에서 "국민은행에 외환은행 인수 기회가 다시 올 것"이라고 발언하자 외환은행 노조가 발끈했다.
이 은행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강 행장의 발언은 최근 주가 하락으로 표출된 경영진에 대한 주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애꿎은 외환은행을 거론하는 얄팍한 술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이것이 노조 성명서이긴 하지만 외환은행 임직원의 공통된 감정이라고 봐도 된다"고 전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HSBC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매 계약이 불발될 가능성은 상존한다"며 "CEO가 이를 주주들에게 알리고 향후 기회가 오면 인수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이 무슨 문제냐"고 되받아쳤다.
국민은행은 다른 한편으로 신한금융그룹과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이 국민은행을 추월하자 신경을 곤두세우며 애써 폄하하는 모습까지 나오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최근 증시 트렌드가 금융의 다각화를 선호해서 생긴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국민은행과의 관계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면서도 이참에 리딩뱅크로 일어서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또한 국민은행이 최근 현지 은행을 인수한 카자흐스탄에서 현지 지점 개설 축하 및 기업설명회를 추진,국민은행을 자극하는 모습이다.
우리금융은 국민은행이나 신한지주보다 자산 규모가 큰 1위라는 점을 강조하며 싸움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박해춘 우리은행장은 "주주 구성으로 봤을 때 국민이나 신한은 다 외국계 은행이며 우리은행만이 유일한 토종은행"이라며 비교하는 말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우리은행은 기업은행과 사이가 좋지 않다.
최근 우리금융 산업은행 기업은행을 묶어 메가뱅크로 만드는 방안이 나온 것에 대해 기업은행은 우리금융이 배후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그렇게 되면 우리금융과 현 경영진이 메가뱅크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모양"이라며 "그러나 이 안은 현실성이 약해 우리금융 생각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 관계자는 "정부에서 논의 중인 메가뱅크나 국책은행 민영화 방안과 우리금융은 아무 상관이 없다"고 해명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