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졸업반인 김영지씨(24.여)는 그토록 들어가고 싶었던 기업의 면접시험을 며칠 앞두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초등학교 때 허리가 18도가량 휜 사실을 알고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10여년이 지난 지금에는 35도로 더 심하게 휘었기 때문이다.

허리가 아파 한 곳에 오래 앉아 있지 못하고 떨어진 물건을 주우려고 허리를 구부리면 한 쪽 어깨가 툭 튀어나오고 반대쪽 허리는 유난히 들어가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수한 성적으로 서류전형을 통과하고도 면접시험장에 갈 용기가 도무지 나지 않는다.

정면에서 바라봤을 때 일직선이어야 할 허리가 C자 혹은 S자형으로 휘어진 척추측만증 때문에 각종 통증과 만성피로로 고통을 받는 것은 물론 보기 싫은 체형으로 고심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특히 측만각도가 40도 이상으로 커지면 장애판정을 받을 수 있고 여성이라면 척추측만증으로 유방의 크기가 달라 보이기까지 한다.

◆원인이 불분명한 경우가 대부분=낮고 딱딱한 학교 책.걸상,무거운 책가방,잘못된 자세가 척추측만증의 주된 원인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태반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척추측만증에 대한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나춘균 반도병원 원장은 "전체 척추측만증의 85% 이상이 원인을 모르는 특발성 척추측만증"이라며 "특발성은 호르몬 이상,평형감각 이상,근육과 디스크 이상,유전적 요인 등에 의해 발생한다는 가설만이 제기돼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과거와 달리 요즘 어린이들은 앉아 있는 시간이 많고 비만과 운동 부족인 비율이 높아 척추측만증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나 원장은 "잘못된 자세나 무거운 책가방 등으로 인해 척추가 휘는 것을 '기능성' 측만증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이럴 경우엔 원인을 개선하고 스트레칭과 운동치료를 받으면 어느 정도 교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수술은 성장판 닫히기 전에=학생이 허리가 휜 것을 처음 발견했을 때 만곡도가 20도를 넘는다면 치료를 서둘러야 한다.

이를 방치해 30도가 넘으면 성인이 된 후 요통에 시달리고 심지어 70~80도 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측만증은 초기에 별다른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뒤늦게 발견하면 이미 상당히 악화돼 돌이킬 수 없는 경우가 흔하다.

척추측만증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수술요법과 보조기 착용이다.

척추가 40~50도 이상 휘면 성장한 정도를 고려해 수술을 결정하게 된다.

다만 수술을 받으면 척추의 성장이 멈추고 허리운동이 제한을 받으므로 아직 키가 더 클 여지가 있다면 40~50도 이하의 척추측만증에서는 수술을 권장하지 않는다.

장훈 라파엘병원 원장은 "수술은 척추 사이에 인공뼈를 삽입하고 척추를 금속판과 나사못으로 고정하는 방법을 쓰므로 수술 후 관절의 운동 범위가 제약을 받고 합병증이나 흉터가 남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신중히 판단한 후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기 치료가 관건=척추측만증이 발견된 성장기 청소년에게는 보조기 착용을 권장한다.

보조기는 턱밑에서 상체 전부를 고정하는 방식과 겨드랑이 밑에서 상체 전부를 고정하는 방식으로 나뉜다.

가장 흔한 경직성 보조기는 석고로 상체의 본을 떠 플라스틱으로 제작한다.

이런 기존 보조기는 청소년이 성장함에 따라 수시로 제작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경제적 부담,청소년들의 착용 거부로 인해 실패하기 쉽다.

최근에 나온 밴드 타입 유동성 보조기는 외관상 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한 데다 착용감과 활동성도 개선돼 환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임덕채 스파인코 척추측만증센터 박사는 "척추측만증은 하루빨리 발견해 보조기 착용이나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일찍 치료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며 "학부모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수술까지 가는 사태를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익경 한국경제TV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