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모더니즘을 산업혁명에 따른 기능주의의 산물로 정의하고 있지만 건축가 입장에서 볼 때 모더니즘은 동양문화가 서양에 유입되면서 발생한 문화적 하이브리드다."

'모더니즘-동서양 문화의 하이브리드'(미세움)를 펴낸 유현준 홍익대 교수의 주장이다.

MIT와 하버드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뉴욕에서 실무를 익힌 그는 유진그룹 사옥과 장성골프클럽하우스,고리원자력발전소 새 사옥 등의 설계자로도 유명하다.

그가 모더니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9년 전 뉴욕 시절.토론시간에 근대건축물과 동양 전통건축물의 공간적 유사성을 발견하면서부터다.

그는 절대적이고 수학을 중시하는 유럽 문화와 상대적이며 '비움'을 추구하는 동양문화가 16세기 도자기 무역을 계기로 상호 융합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또 체스와 바둑,알파벳과 한자의 원리를 분석하며 "유럽의 건축에 동양문화가 유입되면서 새로운 건축의 문화변종이 만들어졌는데 이것이 바로 모던 건축"이라고 강조한다.

이를 확인시켜 주는 실물은 근대건축의 아버지로 불리는 유럽의 '르 코르뷔제'와 '미스 반 데 로에'의 작품.르 코르뷔제의 '카펜더 센터'는 건물 주요 입면의 가운데를 빈 공간으로 처리해 동양적 비움의 개념을 접목시켰고,미스의 대표작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은 일본 전통건축과 너무나 흡사한 공간 양식을 보여준다.

동양에서는 1980년대 안도 다다오에 의해 '관계중심의 동양적 가치'와 '기하학 중심의 서양적 가치'가 조화를 이루게 됐다는 것이다.

저자의 관점이 다소 파격적이지만 동ㆍ서양 문화융합의 단면을 건축이라는 렌즈로 비춰낸 시도가 매우 신선하다.

179쪽,1만2000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