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싸가지 없단 건 알죠? 겸손,배려…나 그런 거 몰라요.겹치기 출연 안 해요.하기 싫은 작품 안 해요.싫은 감독하고도 안 해요.싫은 배우랑도 안 해요.드라마 24부 넘어가면 안 해요.예능,죽어도 안 나가요.모바일 안 찍어요.나 사람 많은 데 싫고,너덜너덜한 종이에 사인하는 것도 싫고,아무나 친한 척 들이대는 것도 싫어요."

요즘 방송가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다뤄 화제를 모으고 있는 SBS 드라마 '온에어'에 나오는 '국민요정' 오승아(김하늘)가 내뱉은 말들이다.

오승아라는 인물이 워낙 직설적이고 버릇없는 캐릭터라 그녀의 대사는 거침없다.

스타들의 세계를 조금이나마 아는 사람으로서 오승아의 캐릭터는 '좀 오버다'라는 쪽으로 기운다.

실제 오승아처럼 행동하는 배우가 있다면 아무리 톱스타라 해도 버티기 힘들 것이다.

그런데 혹시 시청자들이 톱스타들은 모두 오승아처럼 안하무인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배우들의 인간됨이나 성격에 대한 이야기는 촬영현장의 스태프에게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촬영현장에서 배우들이 어떤 기분 상태인지는 무척 중요하다.

주연 배우의 심기에 따라 현장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배우들이 서너 달 촬영을 하면서 항상 좋은 모습만 보일 순 없지 않겠는가.

그러는 가운데 보인 안 좋은 모습들은 실제보다 더 부풀려져 소문으로 돌곤 한다.

가끔 배우들이 현장에서 짜증을 내 촬영이 지연됐다는 이야기가 들리기도 한다.

그 짜증의 내용이라는 것이 촬영 장면에 대한 의견 차이일 때는 그나마 작품에 발전적인 것이라 여기고 넘어가면 되는데,상식 밖의 일일 때는 뒷말이 남는다.

모 여배우가 배가 고프다는 이유로,혹은 날씨가 춥다는 이유로 촬영이 늦어졌다는 등의 이야기가 두고두고 회자되기도 했다.

스타 배우에 대한 또 한 가지 오해는 어떤 배우가 무척 무례하거나 소위 '싸가지'가 없다는 이야기다.

그런 이야기가 들릴 때 진상을 알아보면 열 번 잘하다 한 번 잘못한 경우이거나,낯가림 때문인 경우가 많다.

원래 잘한 것보다 잘못한 것이 기억에 남는 법이고,배우도 사람인지라 모두와 친한 척(?)할 수 없으니 말이다.

실제 처음 만나는 신인 배우들의 대부분은 수줍어하거나 어색해한다.

그러다 작품이 쌓이면서 계속해 만남을 갖다 보면 자연스럽게 친해지고,다양한 이야기를 한다.

'온에어'에서 오승아를 똑 부러지게 연기하는 김하늘의 경우 '바이준'이나 '닥터 K' '동감' 등의 초기 영화들에 출연할 때만 해도 낯가림이 심한 편이었다.

그래서 당시 김하늘 하면 무표정한 차가운 얼굴이 떠오르곤 했다.

하지만 '동갑내기 과외하기' '그녀를 믿지 마세요' 등의 영화를 하면서 털털하고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며 친근감있게 다가왔다.

영화가 흥행이 잘 되고,연기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면서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도 편안해진 것.인터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장난도 치고,농담을 던진다.

스타는 이미지를 먹고 산다는 말이 있는데,실제와 다른 루머로 인해 마음고생 하는 배우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공인의 자리에 있으니 늘 멋진 모습만을 보여주면 좋겠지만 그들도 사람인지라 실수도 하고,안 좋은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배우들에 대한 우리의 시각도 좀 관대해졌으면 한다.사랑의 눈길로 바라보면 그들은 좋은 연기로 보답하지 않을까

이원 영화칼럼니스트 latehop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