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이 인도네시아 6위 은행인 BII(Bank Internasional Indonesia) 추가 지분 확보에 실패, 인도네시아에서 철수할 움직임을 보이자 오히려 긍정적이라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27일 "말레이시아 최대 은행인 메이뱅크가 설악컨소시엄 대주주인 테마섹과 BII 지분 42%를 11억3000만달러에 인수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국민은행도 태그어롱(Tag along) 조항에 따라 같은 가격으로 매수자에게 지분인수를 요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설악컨소시엄은 BII 지분 56%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이 컨소시엄에서 테마섹과 국민은행은 각각 42%와 14%의 BII 지분을 갖고 있다.

서 연구원은 "국민은행이 보유 지분을 매각할 경우 2850억원(세후 2160억원) 가량의 세전이익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는 올해 예상 순이익의 8.5%에 이르러 이익 개선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의 요구에도 잘 부합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는 "국민은행이 당초 계획대로 테마섹의 BII 보유지분을 메이뱅크가 제시한 가격 수준으로 인수할 경우 1조1000억원, 잔여지분까지 포함하면 2조3000억원을 추가 투입해야 했다"며 "카자흐스탄 6위 은행인 센터크레딧뱅크(BCC) 인수 이후 또다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BII를 인수했다면 적지 않은 비판을 감수해야 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서 연구원은 국민은행이 실제로 BII 지분을 매각키로 결정한다면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재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병건 신영증권 연구원도 "BII의 수익성과 성장성이 지난해부터 둔화되는 조짐을 보인 상황에서 최근 주가가 인도네시아 시장대비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만큼 가격대만 맞는다면 매각이 정답"이라고 주장했다.

이 연구원은 "BII 지분 매각은 또다른 시각에서 보면 인수합병을 통한 신흥시장 진출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것"이라며 말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