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시즌 세계프로골프투어가 4분의 1이 지났다.

100일이 채 안 된 기간이지만,올해는 각 투어에서 해프닝이나 진기록이 유난히 많았다.

이들 기록이나 해프닝을 잘 살펴보면 골프의 속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프로골퍼도 무너진다

'18홀 80타대'는 아마추어 스코어지만 프로들 세계에서도 심심찮게 나온다.

남자골프 세계랭킹 2위 필 미켈슨은 한 홀에서 6오버파 11타를 기록했다.

AT&T프로암대회 3라운드 14번홀(파5)에서 OB를 두 번 낸 끝에 '한 홀 두 자릿수 스코어'를 낸 것.

하루 사이 스코어가 12타차 차이나는 일도 있었다.

김송희(휠라코리아)는 미국 LPGA투어 필즈오픈 2,3라운드(64·76타)에서,오지영은 마스터클래식 2,3라운드(67·79타)에서 무너지며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또 박세리는 HSBC챔피언스에서 24홀 동안 '노 버디'를,타이거 우즈는 CA챔피언십에서 25홀 동안 '이븐파' 행진을 하기도 했다.

존 데일리는 PODS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5홀 연속 보기'를 해 "프로 맞아?"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김경태(신한은행)는 올 들어 출전한 6개 대회 14라운드에서 세 차례나 80타대 스코어를 냈다.

'불운'에 운 선수들


미국 PGA투어 소니오픈 3라운드 11번홀(파3).스티븐 에임스가 티샷한 볼이 그린을 벗어나 야자수 위에 멈췄다.

에임스는 주최 측에 사다리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이 경우 나무 위 볼을 확인하면 나무 위에서 치든가 '언플레이어블 볼'을 선언할 수 있으나,확인하지 못하면 분실구 처리를 해야 한다.

에임스는 후자를 택할 수밖에 없었고,그 홀에서 '더블 보기'를 하고 말았다.

세계랭킹 4위 스티브 스트리커도 메르세데스챔피언십 4라운드 연장 첫홀에서 흔치 않은 불운을 당했다.

그린 밖 36m 지점에서 친 볼이 동반자 다니엘 초프라의 '큰 볼마커'에 맞고 튀기면서 홀에 3m나 못 미친 지점에 멈춘 것.그 버디퍼트가 실패하는 바람에 스트리커는 연장 네 번째 홀에서 져 2위에 그쳤다.

스콧 버플랭크는 같은 대회에서 어드레스 후 볼이 움직인 사실이 나중에 알려져 1벌타를 받았다.

지은희(캘러웨이)도 '귀신이 곡할 일'을 당했다.

미국 LPGA투어 필즈오픈에 출전해 스코어카드를 제출하고 나왔으나 '실격'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누군가 자신의 스코어를 지우고 다시 써 제출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PODS챔피언십 2라운드 2번홀.부 위클리는 3m 거리에서 3퍼트를 하자 화를 못 참고 퍼터를 구부려버렸다.

나머지 16개홀을 웨지로 퍼트했다.

그런데도 그날 퍼트 수는 33개로 1라운드(34개)보다 적었다.

이안 폴터도 CA챔피언십 3라운드 15번홀에서 심심풀이로 퍼터로 지면을 때리다 헤드가 덜렁덜렁하게 돼버렸다.

그는 다른 퍼터로 교체하지 못했고,남은 4개홀을 웨지로 퍼트했다.

스코어는 '보기-버디-파-파'였다.

정상적인 라운드 과정에서 클럽이 손상될 경우에만 다른 클럽으로 교체할 수 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