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개성공단 경협사무소에 있는 남한 측 정부 당국자의 철수를 갑작스럽게 요구한 것은 이명박 정부의 상호주의 대북 정책에 대한 불만 표출로 풀이된다.

초반부터 기선을 제압해 밀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요원들을 전격 철수시키는 카드로 맞서 '기싸움'은 본격화됐다.

경협사업에 일단은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하지만 이것이 남북 관계의 근본적인 변화의 신호탄이 될지,일시적인 압박카드로 끝날지에 대해선 견해가 엇갈린다.


◆'상호주의'불만=북한은 철수 요구 이유로 "북핵 문제가 타결되지 않으면 개성공단 확대가 어렵다"는 김하중 통일부 장관의 발언을 들었다.

그러나 그 이면엔 이명박 정부의 대북 상호주의 정책에 대해 "할 말은 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새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가 점차 구체화되자 본격적인 '행동'에 나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북한은 지난 26일 오후 경협사무소 철수를 다그쳤다.

때마침 이날 오전 통일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상호주의'가 강조된 직후였다.

새 정부의 대북 정책과 북한의 행동이 무관치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김근식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이명박 정부 들어 대북 정책에 변화가 생긴 데 대해 구체적인 액션을 취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실용주의를 중시하는 남측이 이익된다고 생각하는 영역이라도 남측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시적" "격해질 가능성"=정부는 북한이 전면적인 남북 관계를 중단하기보다는 사안별로 서로 다른 대응 방식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북한이 정부 당국자의 철수만 요구했을 뿐 민간인들의 상주는 문제 삼지 않은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때문에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들의 사업 진행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남측이 어떤 조치를 내놓느냐에 따라 북한의 시위는 일시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근식 교수는 "남북한의 공방이 지속되다 보면 반응이 점점 격해져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