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남북경협사무소에 상주하고 있는 우리측 직원 11명이 북한의 요구로 어제 전격 철수했다.

경협사무소는 남북 당국 차원에서 경협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북측에 개설된 첫 상설기구로,이에 따라 앞으로 당분간 남북 당국간 대화의 단절이 불가피하게 됐다.

앞으로 개성공단 운영의 차질을 비롯해 남북관계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波長)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통일부는 김하중 장관의 "핵문제 해결없이는 개성공단 확대가 어렵다"는 최근 개성공단 입주기업 간담회 발언을 문제삼아 북측이 이 같은 요구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도 어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긴급현안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한 데 이어,당당한 입장과 원칙의 틀 속에서 이 문제에 대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북측의 이 같은 도발은,새 정부의 실용적 대북 정책기조 변화에 대한 반발임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이 대통령이 지난 26일 통일부 업무보고에서도 "국민의 뜻에 반하는 대북협상은 없다"고 못박는 등,새 정부가 더 이상 북측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하자 이를 흔들어 보려는 의도에 다름아닌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북측의 억지가 아닐 수 없다.

현실적으로 최대 현안인 핵문제의 해결이 전제되지 않는 한 개성공단을 비롯한 경협사업 전반이 크게 제약받을 수밖에 없음은 굳이 설명할 것도 없다.

더구나 북핵문제 해결은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북의 핵프로그램 신고는 이미 지난해 말의 시한을 넘겨 여전히 지지부진한 실정으로,어제 유명환 외교부장관과 라이스 미국 국무부장관의 회담에서 "시간과 인내심이 다해가고 있다"며 강도높게 경고하고 나선 것만 보아도 그렇다.

사정이 이런데도 북은 그동안의 진전된 남북관계를 후퇴시키고,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경협사업을 스스로 발로 차버리는 우(愚)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북은 앞으로 이 같은 억지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는 점이다.

북은 우리 정부의 정책기조 변화를 문제삼기에 앞서 스스로 국제사회에 약속한 핵폐기에 보다 성의있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순리(順理)다.

그것이 경협사업 확대를 통한 남측의 지원을 이끌어내고 북한 경제를 살리는 지름길임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