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쇼크'로 원.달러 환율이 급락했다.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0원90전 떨어진 976원30전으로 마감했다.

장중 1032원까지 급등했던 지난 17일 이후 6일(거래일 기준) 만에 56원 급락한 것이다.

이날 하락폭은 2001년 4월6일(23원10전 하락) 이후 6년11개월 만의 최대치다.

이날 원.달러 환율 급락은 베어스턴스 매각 가격이 종전보다 5배 정도 올라갈 것이라는 소식으로 신용 경색 우려가 완화된 데다 국내 증시가 외국인 순매수 영향 등으로 상승세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환율 천장' 발언이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심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총재는 이날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외국어대학교 기업인 포럼 초청 강연에서 "최근 원.달러 환율이 장중에 1030원까지 갔는데 단기적으로 보면 천장을 한번 테스트해본 것"이라며 "3월 환율 상승은 추세적인 것이 아니며 일과성 측면이 다분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 발언이 '환율이 단기적으로 천장을 찍었다'는 의미로 해석돼 환율 급락으로 이어졌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최근 정부의 시장 개입 등으로 환율 급등세가 이어지기 힘들 것이란 인식이 퍼진 가운데 이 총재의 발언까지 나오면서 달러 매물이 쏟아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이날 환율은 장 초반만 해도 994원으로 전날 종가(997원20전)에 비해 소폭 하락세에 그쳤다.

하지만 이후 이 총재 발언이 알려지면서 하락폭이 커졌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나 일본은행 총재가 이런 식으로 환율에 대해 발언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환율은 기본적으로 시장 흐름에 맡기고 정책 당국자들은 발언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총재 외에도 이명박 대통령,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최중경 차관 등 정책 최고결정권자들이 최근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언을 잇따라 쏟아내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