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프트웨어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고작 1% 수준이어서 패배주의에 젖어 있습니다.이를 벗어나는 게 중요합니다.

한국의 소프트웨어 기술 수준을 제대로 알리기만 하면 시장은 충분히 열릴 것입니다."

박대연 티맥스소프트 사장(52)은 25일 "브랜드 파워가 약할 뿐,국산 소프트웨어는 마이크로소프트(MS)를 앞서는 월등한 기술을 갖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사장의 '소프트웨어 국부론'이 요즘 업계에 화제다.

지난 16일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장ㆍ차관 워크숍에서 유일한 외부 연사로 초청받아 90명 고관(高官)들의 기립박수를 받은 게 알려지면서다.

이 때문에 행정안전부 등 각 부처 국장급들을 상대로 한 강연 일정도 줄줄이 잡혀 있다.

"예컨대 대통령이 A라는 국가와 경제협력을 맺기 위해 간다고 합시다.

지금까진 왜 소프트웨어 업체를 한 곳도 데려가지 않았는지 이해 못할 일입니다.

유럽을 비롯해 MS의 독점에 반감을 갖고 있는 국가들이 꽤 있습니다.

우리 실력을 제대로 알려야죠."

그는 소프트웨어산업이 한국 경제에 희망을 줄 수 있다고 확신한다.

"소프트웨어가 4만달러 소득 시대를 여는 유일한 희망이라고 얘기하면 혹자는 한국이 꼭 모든 걸 잘해야 하냐고 반문합니다.

일본 유럽도 못했고 이미 미국이 90%가량을 차지한 시장을 어떻게 뚫느냐는 것이지요."

박 사장은 "기술력을 갖고도 주저앉는다면 훗날 '직무유기'였다고 욕먹을 것"이라며 "100억달러를 들여 원천기술을 하나 개발하면 한 해 수십조원의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이 소프트웨어산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소프트웨어산업이 업그레이드되기 위한 정책 방향도 제시했다.

연구개발(R&D)자금 지원 등 '먹거리'를 던져주는 방식으로 정부가 나서는 것은 도리어 해가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ERP(전사적 자원관리)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정부 지원을 받을 때 한때 200여개에 달하던 관련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지원이 끊기자 대부분 몰락했습니다.

시장은 고스란히 SAP,오라클 같은 외국 기업들 손아귀에 들어갔고요."

시장을 자율 경쟁에 맡기되 정부는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도약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박 사장은 말했다.

"10명 남짓 되는 연구원들이 반짝거리는 아이디어 하나로 개발했다가 사라지는 소프트웨어가 부지기수입니다.

자신들은 굉장한 것을 해냈다고 말하겠지만 관련 기술의 국제표준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창업 11년 만에 매출 1000억원,직원수 1700명의 중견 기업을 일궜지만 그가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은 연구 인력이다.

"서울대만 해도 컴퓨터공학과 졸업생들 대부분이 MS 등 미국 회사에 들어가길 원해 우수 인력 데려오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아쉬워했다.

박 사장에겐 '야간 상업고등학교 출신 카이스트 교수','국내 1위 소프트웨어 기업 사장' 등의 수식어가 늘 따라 붙는다.

거기에 '소프트웨어 전도사'가 하나 더 붙게 됐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