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천후로 순연돼 24일 밤(한국시간) 끝난 월드골프챔피언십 CA챔피언십은 타이거 우즈(33·미국)가 연승행진을 마감한 대회로 기록되겠지만,많은 시사점을 남겼다.

무엇보다 '골프 황제' 우즈도 그와 궁합이 가장 잘 맞는 코스에서 패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골프에서 실수와 운이 승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보여줬다.

◆'실수 최소화'는 우승의 지름길

우즈(5위)를 2타차로 제치고 우승한 오길비는 이번 대회 72홀 동안 '보기'는 단 한 개밖에 범하지 않았다.

최종일 7번홀(파4)에서 나온 것으로,그때까지 무려 60홀 연속 '노 보기' 행진을 했다는 얘기다.

나머지 71홀 가운데 18개홀에서 버디를 잡았고,53개홀은 파로 홀아웃했다.

이는 그만큼 실수가 없었다는 뜻이다.

미국PGA투어 개최 코스 가운데 가장 어렵다는 '몬스터 홀'(18번홀)도 '실수 최소화' 전략으로 임한 그에게는 위협적이지 못했다.

나흘 동안 오길비의 18번홀 스코어는 '버디-파-파-파'다.

그런가 하면 우즈는 그답지 않게 나흘 동안 3퍼트를 네 번이나 했다.

거기에서만 이미 4타차가 난다.

그 중 두 번은 4라운드 초반에 나온 것으로,선두 추격에 찬물을 끼얹었다.

1∼2타 차이로 1,2위가 결정되는 '메이저급 대회'에서 한두 번의 실수가 승패로 연결된 것.

◆'운'도 무시하지 못할 요인

초반엔 우즈에게 운이 따르는 듯했다.

2라운드 때 12번홀(파5) 그린사이드 벙커샷이 곧 홀로 들어가며 행운의 이글을 낚았기 때문.우즈는 2라운드까지 오길비에게 1타 뒤진 2위였다.

그러나 대회 후반으로 갈수록 운은 우즈를 외면했다.

벙커에 빠진 볼이 두 번이나 '좋지 않은 라이'에 걸리는가 하면,최종일 9번홀에서는 샷을 하려는 순간 사진기자가 셔터를 누르는 바람에 '보기'를 하고 말았다.

그 반면 오길비는 승부의 흐름을 바꿀 수도 있었던 최종일 13번홀(파3)에서 행운의 파세이브를 했다.

티샷이 러프에 떨어지고,두 번째 샷마저 그린에 오르지 못한 상태에서 세 번째 칩샷이 홀로 빨려들어간 것.오길비가 우승하는 데는 실력뿐 아니라 운도 적지않게 작용한 셈이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