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APAIE 컨퍼런스] 日대학들 외국인 유학생 2년내 5배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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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ㆍ태평양지역 주요 대학들의 모임인 국제교육협회(APAIE)가 26∼28일 일본 도쿄 와세다대학에서‘제3회 APAIE 2008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한국경제신문이 미디어파트너로 후원하는 이번 행사의 주제는‘아ㆍ태지역 고등교육의 차세대 물결-일본 따라잡기’. 이번컨퍼런스에 참가하는 한국 중국 베트남 홍콩 등 아시아 각국 대학 총장들은 해외 유학생을 적극 유치해 ‘인재 수출국’에서 ‘인재 수입국’으로 거듭난 일본 대학들의 변신을 배우고 폭넓은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최근 들어 와세다대 등 일본 주요 대학들은 아시아 국가 대학들과의 교류에도 적극 나서는 등 글로벌대학으로 거듭나고 있다. 일본의 대학 개혁 작업과 성과 등 APAIE 주요 행사를 심층 분석해본다.
일본 와세다대 국제교양학부 2학년에 재학 중인 A씨.L그룹 오너의 손자인 그는 지난해 국내 대학 진학 대신 일본 와세다대학을 택했다.
대부분 재벌 2세들이 미국행을 택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판단이었다.
개인적으로 '경영수업'을 마치고 실제 경영 일선에 나서게 될때 일본 비즈니스 인맥이 도움이 되리라는 것.그는 "한국에서 가까운데다 미국 명문대와 같은 100% 영어수업이 제공돼 언어까지 완벽하게 끝낼 수 있다는 점에 끌렸다"고 말했다.
A씨 이외 H그룹 회장의 두 딸 역시 와세다대 국제교양학부에서 유학중이다.
◆한국 엘리트,일본 국제학부 문전성시
재벌 2세만이 아니다.
과거 미국 명문대 아이비리그 유학을 목표로 삼았던 국내 우수 인재들도 이제는 일본 대학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일본 대학들이 세계 명문대 못지않게 국제화된 커리큘럼을 제공하고 외국인 교수들이 100% 영어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굳이 미국 유럽으로까지 유학갈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일본 유학 컨설팅업체인 '와세다에듀유학' 관계자는 "2004년부터 늘기 시작한 한국인 유학생이 최근 2~3배로 증가했다"며 "외고 학생들 사이에 인기가 높아지면서 유학생들의 수준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대원외고 3학년 담당 한 교사는 "한 해 2~3명의 학생이 일본 대학 추천서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 통계에 따르면 일본으로 간 한국인 유학생은 2004년 1만6992명에서 지난해 1만9056명으로 3000명 가까이 늘었다.
김철영 세한아카데미 원장은 "와세다대에만 한 해 40∼50명의 한국인 학생이 간다"며 "졸업 후 해외 취업을 염두에 둔 학생들이 국내 대학 국제학부보다는 일본행을 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입생 500명을 해외로
와세다대는 일본 내에서도 해외 유학생 유치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2004년 일본어 수업을 제외한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는 국제교양학부(정원 500명)를 신설했다.
와세다대 국제교양학부는 폭넓은 교양에 기초한 글로벌 인재 육성으로 국내외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설립 첫해 161명의 외국인 학생이 지원했지만 지난해에는 239명이 지원해 2.75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 대학 국제교양학부의 최대 장점은 한국의 웬만한 대학 국제학부(정원 100명)보다 5배 많은 정원으로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와세다대는 이들만을 위한 교수진을 구성하고 커리큘럼을 제공해 사실상 '대학 내 또 다른 대학'을 만들었다.
인문 사회 자연과학영역에 걸쳐 7가지 전공과목군을 설정하고,신입생 때부터 자유롭게 과목을 선택한 뒤 서서히 전공에 맞춰 전문분야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입학 후 1년 동안은 모든 학부생이 해외에서 연수를 받고 해당 학교에서 취득한 학점을 인정해주는 점도 유학생들을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와세다대 관계자는 "졸업생들의 대부분이 일본 기업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국제기관 등에 취업한다"고 말했다.
와세다는 또 우수 유학생 유치를 위해 한국 중국 싱가포르 등지의 우수 고교를 찾아 현지 설명회를 열고 있다.
2005년엔 중국 내 난징사무소를 개설했을 정도다.
◆학생 수출국에서 학생 수입국으로
와세다대의 성공에 힘입어 조치대,호세이대 등 다른 일본 대학들도 국제교양학부를 설치하고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 교육계 관계자는 "고령화시대에 접어들면서 인재난을 겪고 있는 일본은 다른 아시아 국가를 인재의 원천으로 보고 있다"며 "인재는 아시아에서,지식은 서양에서 가져온다는 게 모토"라고 말했다.
200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자국을 떠나 외국에서 공부하는 학생 수는 250만명 정도로 시장규모는 300억달러로 추산된다.
OECD는 교육의 국제화 추세로 2025년에는 해외 유학생 수가 750만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연간 130억달러를 해외 유학생으로부터 벌어들이고 있다.
이에 일본 정부는 현재 2만명 정도인 자국 내 외국인 유학생 수를 2010년까지 10만명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잡았다.
학생 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일본은 유학 절차를 대폭 간소화했다.
과거 일본 유학을 위해선 반드시 일본어 능력시험을 봐야 했지만 최근엔 일본어 능력시험을 보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
아예 일본어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영어 수업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수준 높은 영어 수업 제공만이 글로벌 경쟁력 향상을 위한 지름길이라고 판단,외국인 교수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이 결과 2004년 0.8%에 불과했던 외국인 학생 등록률이 2년 만에 2.7% 늘었다.
일본 교육당국은 "일본 대학들의 국제화를 적극 지원하고 보다 많은 유학생들이 일본으로 올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도쿄=성선화/장성호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