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온라인 포털 사이트인 AOL이 최근 영국의 온라인 서비스 업체인 비보를 8억5000만달러에 인수했다.

SNS(social networking serviceㆍ인맥구축서비스) 업체로 영국판 싸이월드라 불리며 4000만명의 회원을 확보한 비보가 천문학적인 액수에 매각되자 관련 업계는 깜짝 놀랐다.

미국의 마이스페이스닷컴은 페이지뷰가 매일 1억건가량에 달할 정도로 전 세계인의 '사랑방'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들 사례는 '디지털 인맥'이 얼마나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싸이월드 가입자는 220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서비스가 시작된 지 불과 3∼4년 만에 전 세계인들은 국적이나 나이 등에 관계없이 온라인을 통해 끊임없이 '관계 맺기'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싸이월드를 통해 한국인들의 '디지털 인맥'의 다양한 행태를 살펴봤다.

◆1년간 20대 일촌수 평균 23명 늘어

싸이월드 전체 가입자를 대상으로 평균 일촌,가입 클럽,메신저 대화상대 등을 조사한 결과 19∼24세까지의 대학생들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다.

78명의 일촌을 두고,평균 5개 클럽에 가입해 있으며,메신저 대화상대는 무려 79명에 달했다.

40대의 경우 미니홈피 평균 일촌수는 4명이었고,커뮤니티 활동은 거의 없었으며,메신저에는 10명 남짓한 대화 상대를 등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1020 세대'와 '4050 세대'의 '디지털 인맥'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1년간 20대는 일촌이 평균 23명 늘어난 데 비해 40대는 1.5명 늘어 15배가 넘는 차이를 보였다.

유형별로 보면 오프라인 모임을 온라인으로 연장한 '커뮤니티형'이 86%로 가장 많았다.

주로 인기 스타를 중심으로 모이는 '디지털 인맥'만으로 모인 '스타형'은 1%에 불과했다.

SK커뮤니케이션즈 관계자는 "주목할 만한 점은 디지털 인맥과 오프라인 인맥을 효과적으로 연결해 주는 '브릿지형'이 13%로 전년 대비 3%포인트 많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2의 싸이월드를 꿈꾼다

싸이월드 외에도 다양한 인맥관리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비스를 선보인 루키(www.rukie.com)가 대표적이다.

루키는 뉴욕주립대를 휴학한 이해진씨와 서울대 조선해양학과에 재학 중인 주상돈씨가 군대에서 만나 의기투합해 설립했다는 것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전국 대학교의 학생 커뮤니티를 한곳에 모아 서비스하겠다는 개념에서 출발,서강대 서울대 연세대 등 24개 대학교 커뮤니티를 확보하면서 덩치를 빠르게 불리고 있다.

회원수는 3만5000여명,하루 평균 방문자수는 7000명에 달한다.

10대에서 30대까지 젊은 사람들의 가치 교환 네트워크를 표방하고 있는 피플2(www.people2.co.kr)도 회원을 3만5000명 확보했다.

일평균 방문자는 6000∼7000명 수준이다.

비즈니스 인맥 관리 사이트인 링크나우(www.linknow.kr) 역시 올 들어 회원수가 2만5000명을 돌파했고,일평균 방문자수가 5000명 안팎으로 커지는 탄력을 받고 있다.

류한석 소프트뱅크미디어랩 소장은 "한국에 벤처 창업 열기가 시들해졌지만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에서는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싸이월드가 주춤한 상태에서 그 뒤를 잇는 차세대 SNS가 나올 여건은 무르익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