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7일 지식경제부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50개 생필품 물가를 집중 관리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주무부서인 기획재정부는 다음 날부터 50개 생필품을 위주로 새로운 물가지수를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한다.
20일에는 청와대에서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점검회의를 열고 생필품 50개 품목 특별관리 방침을 확정했다.
소비자가 구입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변동을 나타내는 지수로 대표적인 국가통계는 소비자물가지수다.
1965년부터 작성을 시작한 소비자물가지수는 현재 516개 품목에 대해 가격조사를 매월 실시해 발표하고 있다.
1998년엔 소비자물가지수가 체감물가와의 괴리(乖離)가 크다는 지적에 따라 새로이 생활물가지수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이는 일상생활에서 소비자들이 자주 구입하는 생활필수품 154개를 대상으로 작성하는 것으로서,소비자물가지수의 보조지수로 활용된다.
여기에는 소득과 관계없이 소비자가 필수적으로 구입하는 쌀 배추 라면 두부 등의 기본생필품 88가지와,과일 세제 등 분기마다 한 번 이상 구입하는 생필품 50가지,기성복 운동화 학비 등 가격변동에 민감한 16개 품목이 포함된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소비지출 비중에 따라 가중평균해 계산하지만,생활물가지수는 주부들이 자주 구입하는 품목을 단순 평균한 것이므로 일반적으로 생활물가지수가 소비자물가지수보다 수치가 높게 나온다.
생활물가지수 가운데 가공식품을 제외한 농산물 수산물 축산물 위주로 구성된 지수는 신선식품지수라고 해 별도로 작성되고 있다.
이번에 새로 작성하려는 지수(가칭 '생필품 물가지수'라고 하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어,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는 한 실패한 물가지수가 되기 십상이다.
우선 지수개발의 목적이 순수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50개 생필품의 물가를 지수를 통해 집중 관리하겠다는 것은 인위적인 가격통제를 부르게 되고,이는 결국에는 생필품의 품질문제,가격왜곡 현상을 초래할 것이다.
이러한 집중관리는 이명박 정부의 시장경제 원칙에도 맞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물가지수는 종래의 물가지수가 파악하기 어려웠던 서민경제 여건을 정확히 파악해 경제 정책을 수립하는 도구로만 사용돼야 하며,그 목적이 명백히 천명돼야 한다.
두 번째로 50개 생필품을 선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10년 전 생활물가지수를 만들 때도 516개 소비자물가지수 품목 중에서 154개를 선정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이제 154개 중에서 50개를 선정할 때 명쾌한 기준을 잡기가 매우 어려울 뿐더러,이를 대충 할 경우에는 새 지수에 대한 신뢰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될 것이다.
세 번째로 소비자 물가의 변동을 나타내는 지수가 너무 많아진다는 점이다.
소비자물가지수,생활물가지수,신선물가지수,생필품 물가지수 등으로 물가지수가 많으면 혼동을 초래하게 되고,무엇이 진정한 물가지수인지 국민이 국가통계에 대한 신뢰성을 잃을 염려가 있다.
따라서 진정으로 생필품 물가지수가 필요하다면 생활물가지수와 신선물가지수 등은 폐기처분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어떻게 생필품 물가지수를 만들더라도 필자의 생각에는 생활물가지수와 큰 차이가 드러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왜냐하면 50개 품목 선정에는 결국 154개 생활물가지수 품목 중에서 소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품목들이 들어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시점에 새로운 지수를 개발하기보다는 종래의 생활물가지수를 개선해 사용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