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오늘날 경제학자들은 경제가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하지만 부정확한 지식을 정확한 것처럼 오인한 결과가 최근 금융 시장과 중앙은행에서 드러나고 있다.

금융 공학과 잘못된 통화정책이 우리를 나쁜 길로 몰아가고 있다.

1920년대 시카고대학의 경제학자 프랭크 나이트는 자본주의 경제란 측정 불가능한 리스크가 가득한 것이라고 봤다.

반면 1970년대 등장한 신고전주의 경제학자들은 달랐다.

시장 경제란 겉으론 정신없어 보여도 기본적으로는 예측 가능하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었다.

이 같은 모델은 곧 은행과 헤지펀드들 사이에 뿌리내렸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통화정책의 기반이 됐다.

하지만 이 같은 믿음은 최근 실험대 위에 오르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직접적 계기다.

서브프라임 대출과 보증 과정에서 경제적 리스크는 통계적 법칙에 따라 계산됐다.

하지만 자산 평가의 참고로 삼을 만한 과거의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리스크를 적절히 측정하는 것은 무리였다.

더 큰 문제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다.

기준 금리를 결정할 때 FRB는 '중립금리(물가 상승 압력 없이 잠재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는 금리 수준)'를 계산해 현 인플레율과 비교한다.

현 실업률이 '자연실업률(인플레 압력을 유발하지 않는 최저 수준의 실업률)'수준을 유지하고 있는지도 판단한다.

FRB는 자연실업률을 고정된 것으로 보는 우를 범하고 있다.

자연실업률을 그대로 두고 지난해 오른 실제 실업률을 원래 수준으로 되돌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따라 FRB는 실업률이 오를 때마다 기준 금리를 내리며 대처해왔다.

이로 인해 인플레 압력이 커지면 다시 금리를 올리면 된다는 계산이다.

문제는 그 기준이 돼온 자연실업률이 예전보다 크게 올랐다는 사실이다.

우선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부동산투자 분야에서의 실업률을 높였다.

주가 하락은 가계의 자산 가치를 떨어뜨렸고 이는 소매업계의 부진까지 예고하고 있다.

중립금리도 추정이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FRB는 경제활동이 침체에 접어들면 중립금리도 자동적으로 떨어진다고 보는 것 같지만 이는 불확실하다.

경제학자 하이에크는 경기 변동이 중립금리를 쉴새없이 바꾼다고 주장했다.

호황 국면에서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릴 때 타이밍에 실패하면 오히려 인플레 우려를 높일 수 있다.

지금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을지 모른다.

이 같은 시나리오대로라면 FRB는 머지않아 현재의 금리인하 정책을 더이상 쓰기 어려워질 것이다.

그때는 금리와 실업률 모두 치솟는 광경을 목도하게 될 수도 있다.

최근 FRB의 금리 인하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이유다.

정리=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이 글은 2006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 컬럼비아대학의 에드먼드 펠프스 교수가 'Our Uncertain Economy(불확실한 경제)'란 제목으로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