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3일 하루종일 긴박하게 돌아갔다.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오후 2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 공천을 강력히 비난하면서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당 공천자 46명은 오후 4시에 긴급 회견을 갖고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공천 반납을 요구했다.

강재섭 대표는 세 시간 뒤인 7시에 총선 불출마 회견을 가졌다.곧이어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이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전격 회동했고 이 전 최고위원과 이 부의장의 동반 불출마 얘기가 흘러나왔다.

4·9총선 후보 등록을 이틀 앞두고 공천 역풍에 과반 의석 확보에 비상이 걸리면서 내홍에 빠진 한나라당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 하루였다.

오후 2시 박근혜 "나도 국민도 속았다"

박 전 대표는 회견에서 "(공천파동과 관련해) 당을 개혁하지는 못할망정 이미 개혁되어 있는 것조차 지키지 못하고 오히려 후퇴시킨 당 대표와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 대표와 이방호 사무총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그는 특히 "정당정치를 후퇴시킨 무원칙한 공천의 결정체""천금 같은 기회를 날려버린 어리석은 공천"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당 지도부가 공정한 공천 약속을 어겼다면서 "많은 사람이 제가 속을 것이라고 말했다.저는 어쩌면 속을 줄 알면서도 믿고 싶었다.그러나 결국 저는 속았고 국민도 속았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어 "한나라당을 다시 똑바로 잡겠다"고 강조,탈당설을 일축하는 동시에 당권 도전에 대한 의지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됐다.박 전 대표는 향후 총선 유세 지원에 대해 "제 선거도 있고 지원 유세 계획은 없다"고 당의 지원 유세 요청에 쐐기를 박았다.

측근인 유정복 의원은 "(박 전 대표가) 24일 대구로 내려가 총선 기간에 자신의 선거에만 전념할 것"이라고 전했다.

친박연대 등 탈당한 자신의 계파 후보들에 대해서는 "제가 그분들을 지원할 수는 없지만 잘 되기를 바란다.건투를 빈다"고 말했다.

이준혁/유창재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