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로 취임 한 달을 맞는 이명박 대통령은 그동안 국정 운영의 답답함을 여러 번 토로했다.

"아직도 야당과 같은 환경 속에서…","언론은 1년쯤 된 정권으로 알고 많은 충고를…" 등의 발언 속에 이런 심정이 녹아 있다.

내각 구성부터 삐걱거린 데다 공직자들의 마음가짐,즉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자신의 뜻과 한참 괴리된 데서 오는 실망감의 표출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24일 설명했다.

◆"대통령 생각에 맞춰라"=지난 한 달 이 대통령은 수석비서관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진과 장관에서부터 하위 공직자에게까지 자신의 국정철학 공유를 유난히 강조했다.

지난달 29일 확대비서관 회의에서 "두바이에 갔을 때 셰이크 모하메드 국왕과 국정철학에 대해 얘기를 했다"며 "놀란 것은 장관급도,하부 공직자,공기업 관계자도 국왕과 완전히 얘기가 같았다.

최고통치자부터 하부까지 똑같이 의사소통이 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추구하는 게 뭔지 비서관들이 확실하게 꿰뚫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처 업무보고 때마다 "새 정권은 대통령의 생각,국정철학이 최하 공직자까지 공유하면서…"라고 역설했다.

공직사회를 매섭게 질타하며 기강잡기에 나선 것은 취임 초에 '기초공사'를 놓쳤다간 임기 내내 국정 운영이 뒤틀릴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연일 '위기'를 강조한 것은 공직사회 전반에 긴장감을 불어넣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면서 발상의 전환,실용,현장,국민 섬기기 등을 'MB식 국정철학'의 밑그림으로 제시하고,주입시키기에 바빴다.

◆첫째,둘째도 경제=이 대통령은 국무회의나 비서관회의,업무보고,기업인 간담회 등 기회 있을 때마다 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심지어 환경부,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 때도 경제를 화두로 삼았다.

법무부 업무보고에선 기업 경영에 우호적인 법 정비가 골자였을 정도다.

이 대통령은 특히 "경제위기가 시작에 불과하다"며 범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처를 수차례 주문하기도 했다.

◆만만찮은 시련=각종 악재로 초반부터 호된 '시험'을 치르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단기적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당장 4ㆍ9 총선에 적신호가 켜졌다.

국정 운영의 결정적 지지대인 과반의석 목표를 달성해줘야 할 한나라당은 분열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총선에 대한 부담으로 한반도대운하 등 핵심 공약 추진을 미룬 상황이다.

야당과 일부 언론에서 새 정부의 문제점을 강도 높게 지적하면서 '허니문' 기간도 없어졌다.

취임하자마자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와 고유가 등 '외생변수'에 기인한 경제적 과제도 만만찮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치 쪽을 돌아보지 않고,경제 위기 극복에만 매진한다는게 이 대통령의 확고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