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톤 체호프의 고전 '세 자매'가 이윤택 연출로 27일부터 4월20일까지 대학로 게릴라극장에서 공연된다.

반사실주의적 극작가·연출가로 정평이 나 있는 이윤택씨(사진)가 사실주의 작가인 체호프의 드라마를 연출하는 것은 처음이다.

'세 자매'는 '갈매기' '바냐 아저씨' '벚꽃 동산'에 이어 쓰여진 체호프의 후기 대표작.모스크바에서 멀리 떨어진 한 지방 소도시에 사는 세 자매의 꿈과 사랑,좌절을 그린다.

올가,마샤,이리나는 지긋지긋한 시골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인 모스크바로 돌아가겠다는 꿈을 꾸지만 결국 물거품이 된다.

그러나 이 같은 좌절이 오히려 새 삶을 살아가는 생명력임을 '세 자매'는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이씨는 2006년 브레히트의 고전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 연출 당시 텍스트를 완전히 해체하고 재구성해 무대에 올렸지만 이번에는 텍스트에 충실한 객관적인 접근법을 택했다.

그는 "작품이 어느 시대 어느 민족에도 보편적인 정서로 이해될 수 있다는 판단이 설 때에는 텍스트 그 자체에 충실하게 접근해 보고 싶다는 유혹을 받는데 체호프는 그런 유혹을 제공하는 작가"라면서 "텍스트에 충실하면서도 연출가적 관점과 공연 양식이 어떻게 표현될 것인지가 궁금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이윤택 윤광진 이병훈씨 등이 설립한 우리극연구소가 신인 배우들을 기용해 선보이는 작품이다.

오동식 박유밀 황혜림 연보라 윤인지 하지은 표영주 등이 출연한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