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와 조사는 시를 쓰지 않은 시인이고,시인은 선(禪)을 말하지 않은 선사"라는 말이 있다.

언어의 절제와 응축,상징을 중시하는 점에서 선과 시는 본질상 같다는 얘기다.

예로부터 선승과 거사(居士)·문인들이 남긴 선시 가운데 수작 13편을 해설한 '선시,깨달음을 읽는다'(동아시아)가 출간됐다.

저자는 일간지 종교전문기자로 이름을 날렸던 이은윤 금강불교신문 사장(67).뱃사공으로 살았던 당나라 선승 화정선자를 비롯해 '시불(詩佛)'로 불렸던 왕유,당송 8대가의 한 사람인 유종원,송대의 지지선사와 한산자,소동파 등의 선시를 문학적·종교적으로 투시한다.

'고요한 밤 물이 차가워 고기는 입질 않고(夜靜水寒魚不食) 텅 빈 배에 밝은 달빛만 가득 싣고 돌아오네(滿船空載月明歸).'

화정선자의 '긴 낚싯대 드리우고(千尺絲綸)'라는 선시의 뒷 구절이다.

여기서 저자는 "돌아오는 빈 배에는 고기(세속적 탐욕) 대신 휘황찬란한 달빛(불도)을 실었다"며 '텅 빈 충만'의 세계,색즉시공(色卽是空)의 세계를 읽어낸다.

또한 달빛은 시인의 마음을 '텅 빈 충만의 세계'로 안내하는 길잡이라고 설명한다.

선시에 자주 등장하는 '깊은 밤의 정적(夜靜)',가을 강(秋江),텅 빈 산(空山) 등의 선적 의미에 대한 설명도 유용하다.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동서양 고전 시학서는 물론 다른 선시들도 폭넓게 인용하고 있어 텍스트 외의 선시 수십편도 감상할 수 있다.

300쪽,1만5000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