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초등학생 유괴.살인사건의 피의자 정모(39)씨는 "교통사고로 두 초등생을 죽였고 (사고 은폐를 위해)시신은 집 화장실에서 처리해 유기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그러나 사건발생 당시 정황상 정씨의 주장이 모두 허위라고 판단, 정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동기를 추궁중이다.

경찰은 또 정씨가 지목한 유기지점에서 이틀째 우예슬(9)양의 시신 수색작업을 벌였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교통사고로 죽었다", "살해 혐의 모면 위한 거짓말"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18일 오전 10시30분 브리핑에서 "정씨가 '이혜진(11).우예슬(9)양 실종당일인 지난해 12월 25일 오후 9시에 집근처에서 렌터카를 몰고가다 이 양과 우 양을 치어 숨지게 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에 대해 ▲시신에서 교통사고 피해를 추정할 충격흔적이 없었고 ▲렌터카에서도 사고 흔적이 없었으며 ▲도로의 사고흔적과 목격자가 없으며 ▲정씨가 주장하는 교통사고 시각(오후 9시)과 렌터카 대여시각(오후9시 50분)도 다른 점 등으로 미뤄 정씨가 살해 혐의를 모면하기 위해 거짓진술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씨는 이 양 등의 시신을 집안 화장실로 옮겨 톱을 사용해 시신을 절단한 뒤 이 양의 시신은 수원 호매실나들목 근처 야산에, 우 양의 시신은 시화호와 연결된 교차로에 실종 다음날 새벽 각각 유기했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그러나 정씨 집 내부에 대한 수차례에 걸친 루미놀반응(혈흔반응)시험에서 핏자국이 발견되지 않은 만큼 시신절단 장소도 거짓으로 보고 제3의 살해장소를 캐 묻고 있다.

정씨는 우 양의 시신도 일부 훼손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우예슬양 시신 수색작업 또 실패

경찰은 이날 낮 12시 정씨가 유기장소로 지목한 시흥시 정왕동 군자천 군자8교 인근 2곳에 정씨를 대동해 수색했지만 우 양의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오후 2시 40분께 정씨를 다시 경찰서로 데려왔으며 곧 정 씨가 지목한 곳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정씨는 우 양의 시신을 이 양의 암매장장소와 다른 곳에 유기한 이유에 대해 '땅이 얼어 안파져서 그랬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정씨가 범행에 사용한 톱을 집 근처 공터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진술함에 따라 증거 자료로 범행도구인 톱을 찾고 있다.

한편 경찰은 정씨의 집에서 확보한 컴퓨터 하드디스크 분석에서 '머리카락은 썩는다, 호매실IC, 토막, 실종사건' 등의 단어를 정씨가 검색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혀, 정씨가 사건발생후 언론보도를 통해 경찰 수사상황을 지켜본 것으로 파악됐다.

또 하드디스크에는 음란물 동영상과 사진 수만건이 저장돼 있어 정씨의 (성도착증 등) 성향을 짐작케 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음란동영상에는 롤리타(Lolita)라고 불리는 아동포르노물 몇편이 저장돼 있었다"며 "정씨가 소아기호증을 가진 인물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설 롤리타는 러시아 태생의 미국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가 쓴 소설(1995년)로 영화화도 됐으며 사춘기 때 첫사랑에 실패한 주인공이 성장 후에도 사춘기 소녀에 열정을 느낀다는 줄거리다.

'롤리타 콤플렉스'는 중년남성이 어린 소녀에게 품는 성적 집착을 가리키는 용어다.

경찰은 이날 피의자 정씨에 대해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정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19일 오전 10시 수원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안양연합뉴스) 김인유 권혜진 기자 c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