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를 찾으신다고요? 물건을 구하려면 한 달은 넘게 기다리셔야 할텐데….일단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시지요."

충청남도 천안시 두정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 매물을 구할 수 있느냐 "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에는 공인중개업소 직원이 살 전세도 찾기 힘들다"며 "원하는 매물을 구해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지방 주요 대도시에서 중소형 아파트 전세 물량이 품귀다.


일부 지역에서는 수요자들이 전세를 찾아 나선 뒤 한 달이 지나도 구하지 못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이에 따라 지방 아파트 매매가는 별다른 변동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중소형 아파트 전셋값만 고공행진하고 있다.

17일 현지 중개업계에 따르면 충남 천안시의 아파트 밀집지역인 두정동,쌍용동,신부동 일대 중소형 아파트 전셋값은 올 들어 평형별로 500만~1000만원 올랐다.

이 지역 중소형 전셋값이 1억원 안팎인데다 같은 기간 매매가 변동은 거의 없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이례적인 상승세라는 것이 중개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두정동 대우아파트는 79~109㎡형(24~33평형) 아파트 전세 가격은 지난해 말 7000만~9000만원에서 현재 7500만~1억원 수준으로 올라있지만 이마저도 매물을 구하기 힘들다.

이 지역 D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웬만한 중소형 아파트는 최소 5명의 수요자들이 대기하고 있다"며 "중대형은 매물이 있지만 중소형은 두 달이 다되도록 못 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지방 다른 지역에서도 중소형 전세 구하기가 점차 힘들어지고 있다.

부산광역시에서는 해운대구 일대가 전셋값이 오르고 있다.


이 일대는 1억원 안팎의 중소형 전셋값이 500만~1000만원 올랐다.

좌동 '효성코오롱' 105㎡형(32평형)은 작년보다 1000만원 올라 1억3000만~1억4000만원 선이다.

광주광역시도 아파트 밀집지역인 광산구를 중심으로 전세 매물 찾기가 어렵다.

전셋값도 72㎡형(22평형) 아파트가 지난해 말 4500만~4800만원에서 올해 5000만원까지 올랐다.

강원도 강릉시도 전셋값이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말 8000만원 수준이었던 교동 'e-편한세상' 109㎡형(33평형) 전셋값은 올 들어 9000만~1억원까지 올랐다.

지방에서 이처럼 중소형 아파트 전세 구하기가 힘든 것은 미분양 증가 등으로 향후 집값 상승 기대가 어려워지면서 매매 대신 전세에 수요가 몰리기 때문이다.

반면 집주인들은 세를 놓기보다 아예 주택을 처분하려는 경우가 많아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심화되고 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뉴욕공인 관계자는 "주택을 사겠다는 사람은 없고 모두 전세만 찾고 있다"며 "반면 집주인들은 투자가치가 사라진 지방 주택을 하루라도 빨리 팔려고 하지 전세에는 관심이 없다"고 전했다.

특히 신규 입주 아파트 가운데 중소형 비중이 줄어들면서 중소형 전셋값이 유독 강세를 띠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08년 부동산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전용면적 66~102㎡(20~31평)짜리 전국 중소형 아파트 입주물량은 2006년까지 전체 입주물량의 25% 안팎을 차지했으나 건설업체의 중대형 아파트 건설이 늘면서 지난해에는 16.5%로 줄었고 올해에도 18.7%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소장은 "하반기에 나올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를 기다리는 수요로 전세 수요 편향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전셋값 상승이 더욱 큰 폭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임도원/정호진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