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신용위기로 17일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가 연중 최저치로 떨어지자 투자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이후 뒤늦게 주식이나 주식형펀드로 자산을 옮긴 개인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갑작스러운 주가 하락으로 환매 시기를 놓친 투자자들은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장기 투자를 생각하고 가입한 적립식펀드는 그대로 둘 것을 권했다.

주가 반등을 염두에 둔다면 지금이 저가 매수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다만 거치식 투자자의 경우 당초에 단기 운용을 생각했다면 일부 환매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생각보다 기간조정이 길어질 경우 원금 회복에 시간이 걸릴 수 있어서다.

거치식으로 신규 가입을 노리는 투자자는 반등 시기를 봐 가면서 움직여도 늦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직접 투자하는 경우에도 일단 소나기는 피하고 시장이 진정된 후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권했다.


◆펀드 투자자 전략은

적립식 투자자는 단기 급등락에 연연해 하지 말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적립식펀드는 시황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산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하므로 단기간 널뛰기 장세가 나타나더라도 흔들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중장기 관점에서 주가 상승이 가능하다면 현재 조정 국면이 매수 단가를 낮추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치식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여유자금이 아니라면 적절한 시기에 일부 손절매 전략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단기 급락으로 추가 가격 조정이 크지 않다 하더라도 기간조정이 예상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며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하락 장세에서 원금 손실을 본 거치식 투자자라면 당초 기대했던 수익률은 포기하고 일단 원금을 건진다는 자세로 보수적으로 전략을 짜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해외 펀드는 원자재나 농산물 등 섹터펀드와 남미,중동.아프리카 등 일부 지역펀드의 단기 전망이 좋긴 하지만 당분간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박승훈 한국투자증권 펀드분석팀장은 "농산물 지수파생펀드의 경우 신규 가입자라면 현재보다 곡물 가격이 더 올라야 수익이 나지만 단기 가격 급등을 감안하면 주의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남미펀드가 최근 상대수익률이 좋긴 하지만 미국 경기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고 증시 규모가 작아서 대체상품으로선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가입 후 4~5년간 환매가 제한된 베트남펀드의 경우 아직은 동요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2006년 6월 말 설정된 '한국월드와이드베트남혼합1'의 경우 최근 1년간 20.35% 손실을 기록 중이지만 설정 이후 누적으로는 21.56%의 수익을 내고 있다.


◆직접 투자는 반등 확인 후에

코스피지수가 심리적 지지선이던 1600선 아래로 떨어짐에 따라 현금 비중을 높이라는 주문이 많았다.

김학균 연구원은 "지수 1600 이하는 기업가치에 비해 과도한 하락이므로 기존 투자자들은 아직 매도할 시점이 아니다"며 "현금 보유자는 주가의 하락 추세가 멈추고 의미있는 반등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기술적 바닥권으로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추격 매도보다는 반등을 기다릴 필요가 있겠지만 의미있는 지지선이 확인되기까지 저점 매수 전략은 잠시 접어둬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