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가파르게 오르는 원화 환율이 국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환율 상승은 국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높여 국내 경제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지만 최근의 환율 급등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상황'에서 출현한 것이어서 그 영향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경제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 달러 약세가 진행 중인 경우 통상적으로 원화는 강세(환율 하락)를 보여왔으나 이번에는 정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원ㆍ엔 환율과 원ㆍ유로 환율 상승세는 현기증이 날 정도로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수출기업들은 수익성이 눈에 띄게 좋아지겠지만 수입업체들은 엄청난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석유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화 환율이 급격하게 올라 물가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ㆍ달러 환율이 1% 상승할 때 소비자물가가 0.07%포인트 정도 오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원ㆍ엔 환율과 원ㆍ유로 환율은 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일본과 유럽에서 수입한 상품의 물가는 더 크게 오를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환차손을 우려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탈출도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초까지 나타난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도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주원인이었다.

여기에다 차익 실현이라는 목적도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원화 환율 상승으로 인한 환차손을 우려하는 외국인들이 순매도에 가세할 가능성이 있다.

주가가 떨어지면 소비가 둔화되고 투자심리가 악화된다.

게다가 해외 부채가 많은 기업들은 원화 환산 상환액이 늘어나게 돼 재무구조 악화마저 우려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7일 발표한 '원화 환율 1000-1000 시대의 명암' 보고서에서 "환율 급등이 수출 증대 효과를 불러오기보다는 국내 경기의 위축 가능성을 더욱 고조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원화 환율이 급등함에 따라 '1달러=1000원=100엔' 시대가 다시 돌아왔으나 1980년대 '저원화가치-저금리-저유가'의 3저 호황 때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최근의 원화 환율 상승은 세계경기가 둔화되고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일어난 현상이기 때문에 무역수지 개선에도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연구원은 세계경기 둔화와 석유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해 수출 증대 효과도 상쇄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원은 이에 따라 원화 환율 급등 불안심리를 해소할 수 있도록 국내 달러 보유 주체들의 달러 공급을 유도하고 국내 관광 활성화 등을 통해 서비스수지 적자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정부에 제안했다.

또 규제 완화를 신속히 추진해 내수 활성화 정책을 펴고 선제적인 금융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물가상승으로 내수경기가 침체되고,이는 다시 투자 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국내총생산(GDP)과 국민총소득(GNI) 간 격차가 벌어지면서 체감경기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