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실험실에서 출발한 포스텍(옛 포항공대) 학교기업 1호인 엔에스비 포스텍(NSB POSTECH·대표 박준원 화학과교수)이 창업 2년여 만에 세계 바이오 의료진단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시장에 진출,진단 의료기기 전문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2006년 설립된 이 회사의 핵심 기술은 바이오 나노 정보통신 기술을 융합한 '나노콘(Nanocone)'.

'나노콘'은 유리슬라이드에 각종 질병을 인식할 수 있는 DNA와 단백질칩을 코팅하는 첨단기술이다.

이 칩의 크기는 3400나노미터×1600나노미터(1나노미터=10억분의 1m)에 불과하다.

머리카락 굵기의 1만분의 1크기인 칩이 유리판에 균일하게 깔리면 이상한 DNA와 단백질에 정확하게 반응,암 당뇨 등에 대한 진단력을 획기적으로 높인다.

기존칩은 균일하지 않아 진단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단점이 있었다.

NSB POSTECH 제품의 진단 기술력이 알려지자 최근 미국 내 독점판매권을 달라는 다국적 의료진단기기 업체들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또 미국 보스턴 투자창업회사는 미국 민간자금 50억원을 이 회사에 유치해줬다.

NSB POSTECH은 국내외 자본 유치를 통해 미국 내 지사를 직접 설립해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미국쪽 반응이 좋아지면서 나노콘 슬라이드의 한 장당 가격도 20.95~26.95달러의 고가에 형성되고 있다.

10~15달러 선에 불과한 경쟁사 제품에 비하면 거의 2배 비싸다.

올해 안에 유리슬라이드 10만장 이상이 팔려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창업 1년여 만에 1만장(시가 2억여원)을 미국 바이오진단기기 전문회사인 MI사에 판매한 실력이 실적으로 입증되고 있는 것.

회사 측은 "기존에 개발된 칩이 측정하지 못했던 인체 내 분자 간의 결합력을 80% 이상 측정 가능해 암 등 각종 질병의 조기 진단에 큰 효과를 거두게 됐다"고 밝혔다.

이 내용은 미국 화학회지에 실리는 등 미국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대학 실험실에서 상업화되지 못하고 사장될 뻔 했던 나노콘 기술이 이처럼 미국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게 된 이유는 사업화 가능성을 확신한 유상부 당시 포스텍 이사장의 지원이 컸다.

2006년 4월 제1호 학교기업으로 출발한 후 지금까지 포스코와 포스텍에서 무려 90여억원의 연구개발 자금이 집중 지원됐다.

국내 학교기업으로는 최초로 지난 2월 별도의 법인으로 독립한 것도 이 회사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박준원 사장은 "유리 슬라이드가 병원균 등을 진단하는 맞춤형 진단 키트로 개발되면 판매가는 10배에서 20배 이상으로 뛸 수 있다"고 말했다.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