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이 4.9 총선의 전략공천 문제를 놓고 당 지도부와 공천심사위원회간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손학규 박상천 두 공동대표가 전국의 33곳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해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에게 전달했지만 최종 합의는 커녕 박 위원장이 전략공천 결정권까지 공심위에 넘겨달라고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박 대표를 필두로 한 옛 민주당 인사들은 공심위의 공천과정이 통합 당시 `균형있는 공천'을 실시한다는 합당 정신을 잊은 채 일방적 심사를 진행해 자신들을 소외시키고 있다는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현재 두 공동대표가 박 위원장에게 전달한 전략공천 지역은 모두 33곳. 이 중 광주 3곳, 전남.북 각각 1곳 등 5곳은 박 대표가 옛 민주당 인사를 배려한다는 차원에서 제시한 곳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28곳은 ▲현역의원이 탈당하거나 불출마한 곳 ▲금고 이상 비리 전력자 공천배제에 해당하는 지역 ▲정치적 의미가 큰 전략지역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눠졌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인 지역구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공천 진행상황에 비춰 비리 전력자 해당지역은 전남 목포, 전남 무안.신안, 충북 보은.옥천.영동, 서울 중랑갑, 성북을, 영등포을, 도봉을, 전남 해남.진도.완도, 전주 덕진, 충남 논산.계룡.금산, 인천 남동을 등 11곳이다.

정치적 의미가 큰 지역은 손 대표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각각 출사표를 던진 서울 종로와 동작을이 대표적이다.

서울 중구, 강남갑, 서초갑, 서대문을, 영등포을, 구로을, 용산, 광진갑, 대구 중남구 등도 거론되고 있다.

현역의원이 탈당한 지역은 서울 성북갑, 성북을, 관악을, 경기 고양 덕양갑, 충남 천안을 등이고, 불출마를 선언한 곳은 서울 중랑갑, 구로을, 광주 서갑, 전북 정읍 등이 꼽힌다.

또 71개 단수 공천신청지역 중에서 공천 보류 판정을 받은 서울 송파을, 인천 남동을, 서구강화을, 경기 수원 장안, 수원 팔달, 안성, 이천.여주, 양평.가평, 충남 부여.청양 등 9곳도 전략공천의 가능성이 열려있는 지역으로 분류된다.

문제는 두 공동대표와 박 공심위원장이 전략공천 지역을 둘러싼 입장차를 쉽게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점. 신계륜 사무총장은 "합의가 된 곳도 있고 되지 않은 곳도 있다"며 "좀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의견차는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 박 위원장은 두 공동대표가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한 곳의 경우 결국 비리전력자 구제를 위한 것 아니냐는 강한 의심을 품고 있다.

손 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비리 전력자는 전략공천에서 배제되느냐'는 질문에 "다면적으로, 포괄적으로,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일률적으로, 획일적으로 배제된다, 아니다를 얘기할 순 없다"고 말했다.

비리전력자도 예외적으로 전략공천을 하겠다는 뉘앙스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이날 공심위 회의에서 이 발언에 대해 "직접 듣지 못해 더이상 얘기는 않겠다"면서도 "그건 제 생각과 분명히 다른 말을 했다"고 잘라말했다.

옛 민주당 인사들이 자파를 챙기기 위한 수단으로 전략공천을 활용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박 위원장은 상당한 우려를 하고 있다.

옛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현재 균형있는 공천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공천 결과 수도권과 호남에서 구 민주계가 전멸하고 `도로 열린우리당'이라는 것이 확인되는 순간 수도권에서 통합의 효과가 뚝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심위가 전략공천 요구를 하나도 안 받아주고 해당지역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해버렸다"며 "박 위원장과 당내 다수파인 대통합민주신당계가 합세해 사실상 `도로 우리당'을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박 위원장은 물론 손 대표까지 겨냥했다.

옛 민주당 인사들은 이날 오전 긴급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옛 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전략공천을 인정할 경우 개혁공천의 취지가 퇴색되기 때문에 예외없는 적용이라는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공심위가 서울 성북을에 민주당 출신 박찬희 전 국민일보 정치부장을 내정했다는 설은 구 민주당 인사를 배려한 대목이라는 설명도 가능해 보인다.

손 대표는 박 대표와 박 위원장의 중간에 끼어 다소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쇄신공천이라는 명분이 우선이지만 신당과 민주당간 합당과정에 이뤄진 통합의 정신도 현실정치의 단면으로서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고민이 있기 때문이다.

손 대표측은 "박 대표의 입장이 이해가 가지만 쇄신공천과 모순된 측면이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며 "다만 모든 사람을 살리지는 못하더라도 쇄신공천이란 대의가 망가지지 않은 선에서 정치적 타협이 필요한 부분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