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설날은 양력 4월13일이다.

이날부터 태국력의 새 순환이 시작된다.

수도 방콕의 거리는 다소 한산해진다.

우리나라처럼 귀성객이 빠져나가서다.

그 자리를 축제의 열기가 메운다.

새해 첫 나흘간 열리는 송크란 축제다.

송크란은 산스크리트어로 '새해'라는 뜻이다.

태양이 백양자리에서 황소자리로 이동해 열두 달의 순환 즉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다는 것을 뜻한다.

태국인들은 이 송크란 축제를 통해 새해를 축하한다.

조상을 기리고 가족의 의미를 돌아본다.

여러 사람에게 이익이 되는 훌륭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표하는 전통이 있다.



그러나 축제의 얼굴은 '물'이다.

축제 기간에는 눈에 띄는 아무에게나 물세례를 퍼붓는다.

서로에게 물방울을 뿌리며 복을 기원하고 액운을 쫓는 전통 의식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사계절이 무더운 태국에서도 더위가 절정을 이루는 시기인 만큼 온몸을 적셔주는 물세례가 되레 반갑다.

태국 사람들은 축제에 앞서 물총처럼 상대에게 물을 뿌리기 좋은 용품들을 준비한다.

길 한쪽에는 커다란 물통과 바가지를 갖다 놓기도 한다.

물이 떨어지는 비상사태(?)에 대비해 소방차도 대기한다.

그리고 축제 개시와 함께 지나가는 사람과 자동차 안의 승객에게까지 물세례를 퍼붓는다.

청소년들은 작은 트럭 적재함에 큰 드럼통을 싣고 다니며 대야로 물을 뿌리기까지 한다.

경찰까지 물총을 든다.

남녀노소를 불문한다.

관광객들도 물벼락 대상이다.

사람들은 온몸이 흠뻑 젖는 것을 좋아한다.

물세례는 지난해의 액운을 씻어내고 새해의 행운을 빌어준다는 의미를 갖고 있어서다.

농사가 시작되는 우기로 넘어가는 만큼 풍년을 위한 충분한 비를 내려 달라는 기원의 의미도 있다고 한다.

요즘은 액운을 막아준다는 의미로 얼굴에 하얀 분이나 풀 반죽을 바르는 장난도 친다.

이벤트도 다양하다.

지역별로 진행되는 미스 송크란대회가 눈을 즐겁게 한다.

한 옛날 태국의 왕이 자신을 보살펴준 남자를 결혼시키기 위해 아름다운 여인을 뽑았던 데서 비롯된 이벤트라고 한다.

태국의 고도 야유타야에서는 코끼리 퍼레이드도 펼쳐진다.

근사하게 치장한 코끼리가 긴 코로 물을 뿌린다.

사람들도 코끼리에게 페인트칠을 하고 물을 뿌리며 즐긴다.

코끼리가 뿌릴 물을 공급하기 위해 소방차도 따라다닌다.

송크란 축제는 방콕만이 아닌 전국 각지에서 열린다.

해변 휴양지인 푸껫에서는 4월13일 막을 올리고,파타야에서는 18∼19일 진행된다.

또 태국 북동부 라오스와 접해 있는 농카이에서는 4월6일부터 18일까지 13일간 계속된다.

포 차이 사원의 루앙 포 프라 싸이(불상)에 물을 뿌리는 아름다운 행렬을 볼 수 있다.

존경받는 노인분들을 찾아가 그들의 덕담을 들어보는 기회도 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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