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의 키워드는 교육…"공교육 개혁없이는 미래도 없어"
'공교육 개혁 없이는 미국의 미래도 없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이 오는 7월 퇴임을 앞두고 12일(현지시간) 행한 마지막 의회 연설의 키워드는 '교육 개혁'이었다.

게이츠 회장은 이날 미국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하원 과학기술위원회 초청 연설에서 "혁신은 미국 경쟁력의 원천이었다"며 "수학 과학 공학 분야의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미국은 더 이상 경쟁 우위를 지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매년 한 번씩 워싱턴 의회를 찾아 미국의 경쟁력에 대한 메시지를 던졌던 게이츠 회장에게 이날은 마지막 기회였다.

그는 전업 자선사업가로 활동하기 위해 올 7월 MS의 경영 일선에서 떠날 예정이다.

이를 의식한 듯 그는 연설의 대부분을 교육과 이민법 개혁에 할애했다.

게이츠 회장은 "세상을 바꾼 정보기술(IT) 혁명도 수학과 과학의 힘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며 이공계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미국 경제가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이공계 부문의 대졸자를 2015년까지 두 배로 늘려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미국의 교육이 변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지만 정작 누구도 나서 변화를 주도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게이츠 회장이 자비를 털어 교육 개혁에 나서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자산 331억달러(약 32조원) 규모의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통해 고등학교 교육 개혁에 한 해 4억~5억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미 고등학생 중 30%가 제때 졸업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게이츠 부부는 1800여개 고등학교에 자금을 지원하고 나섰다.

게이츠 재단이 도움을 준 43개 지방 고등학교의 졸업률은 2년 만에 35%에서 73%로 급격히 오르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는 또 "미국의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세계적으로 유능한 인재들을 적극 유치해야 한다"며 외국 고급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비자 제한을 없앨 것을 촉구했다.

전문직 취업비자인 H-1B 비자의 연간 쿼터를 현재 6만500개에서 20만개 이상으로 대폭 확대해 달라는 주문이다.

MS는 지난해 당초 고용하려던 해외 고급 인력의 3분의 1 정도가 비자를 받지 못해 채용을 포기해야만 했다.

"불행하게도 현재의 미국 이민법은 기업들이 원하는 세계 우수 영재들의 유입을 봉쇄하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하지만 게이츠 회장의 주문이 미 의회와 행정부의 뜨거운 화답을 받을지는 의문이다.

미국 대선 레이스가 한창인 가운데 이민법 개정은 미묘한 정치적 파장을 낳을 수 있는 '뜨거운 감자'이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의 머릿속엔 해외 인력 유입은 곧 미국인의 일자리 감소란 관념이 자리잡고 있어서다.

특히 노동계를 등에 업고 있는 민주당으로선 외국인 인력 유입의 문을 늘려주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