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남 부회장은 42년 샐러리맨 기간 중 이뤄낸 성과나 업적을 "운이 좋았던 덕분"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운만으로 치부하기에는 그가 이뤄낸 성과가 간단치 않다.

그는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나온 '화공쟁이'다.

1970~1980년대 석유탱크 하나 설계하지 못하던 시절에 근성만으로 수많은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일이 흔하던 그 시절을 2차대전 당시 '나바론 특공대'에 비유하기도 한다.

석유화학 전문가였던 조 부회장은 1995년 SK텔레콤으로 옮겨 또 다른 신화를 창조했다.

1996년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이동통신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당시 아날로그 기술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CDMA 디지털 장비와 단말기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리라곤 누구도 장담할 수 없던 시절이다.

정유나 석유화학에서 그랬듯 엔지니어의 열정과 근성으로 새로운 역사를 써냈다.

CDMA 신화는 한국이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부상하게 만든 밑거름이 됐다.

삼성,LG 등 세계 2위와 5위 휴대폰 제조사를 배출할 수 있었던 것도 CDMA 신화로부터 시작된 성과다.

조 부회장이 IT 원로로 대접받는 이유다.

공교롭게도 조 부회장은 정유 석유화학 정보통신 등 국가 기간산업에만 줄곧 몸담아왔다.

조 부회장 스스로도 이것을 가장 큰 보람으로 여긴다.

그는 2004년부터는 SK그룹 자원봉사단장을 맡아 국내는 물론 중국 베트남 등지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주도했다.

이 때문에 '사회공헌 전도사'라는 새로운 수식어도 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