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서기 행태나 조직 내 정치를 뿌리뽑겠다."

지난 10일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으로 전격 발탁된 김주성 세종문화회관 사장(61)은 1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자신이 국정원에 가서 해야 할 일을 간단 명료하게 정리했다.

김 사장은 코오롱그룹의 구조조정 전문경영인에서 세종문화회관 사장으로,이번엔 국정원의 예산과 조직을 총괄하는 기조실장으로 발탁된 인물로,국정원 내에서의 그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터뷰를 거절하다 이날 이임식 직후 잠깐 짬을 낸 김 사장은 "국정원 기조실장으로 내정된 사실을 청와대 발표 2시간 전(10일 오후 3시)에야 알아 아직 조직의 성격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이명박 대통령이 나를 그곳으로 보낸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날 김 사장의 이임식은 갑작스러운 정부의 인사로 인해 회사 측에서 감사패도 준비하지 못한 채 진행됐다.

그는 이임사 중간중간 직원들과 함께 한 시간이 떠오르는 듯 눈물을 훔치며 말을 잇지 못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우선 축하드린다.

기업 구조조정 전문가로 알려져 있어 국정원 사람들이 걱정을 많이 한다는데.

"국정원에 가게 된 것을 발표 2시간 전에 전해들었다.

처음 소식을 듣고 황당하고 두려웠지만 동시에 이번에도 도전할 거리가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조직 성격 파악도 전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내 역할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이번 인사가 파격적이라고 말하지만 이 대통령은 내가 알기엔 굉장히 심사숙고하는 인물이다."

―국정원에서 어떤 역할을 생각하고 있나.

"사람들이 외환위기를 겪은 후로 구조조정이라고 말하면 목을 치고 조직을 줄이는 것만 생각한다.

하지만 구조조정은 조직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어느 조직을 운영하든지 일 열심히 하는 사람이 인정받고 정직하고 바른 마음으로 업무를 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달라.

"내가 국정원에서 할 일은 언론에서 말하는 게 거의 맞다고 보면 된다.

조직 장악에 대해서 걱정하지만 조직의 본질은 어디나 같다고 본다.

(자신있는 목소리로) 코오롱에서 여기(세종문화회관)로 올 때도 전혀 모르고 왔지만 열흘 만에 노조의 플래카드를 떼어냈고 대화를 재개시켰다.

완전히 뿌리뽑진 못하겠지만 국정원에서 줄서기나 조직 내 정치를 없앨 생각이다.

조직 안에 정치가 횡행하면 안 된다.

그리고 국정원 직원들은 내 스타일을 미리 파악하려 할 필요없다.

어제(10일)부터 국정원쪽에서 계속 (내 업무 스타일을 파악하려고) 전화를 한다는데 자기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

글=박신영/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