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중개…인터넷광고…고등학교 커리큘럼 맞아?
부동산중개실무,인터넷광고,e-컨벤션 등 독특한 커리큘럼을 도입하는 특성화 고교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대학입시가 자율화ㆍ다양화되고 분야별 전문가 양성이 중시되면서 교육 현장에 나타나고 있는 이색 현상이다.

11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서울시내 고등학교들이 새롭게 개설을 허가받은 과목은 부동산중개실무ㆍ조세,인터넷광고,전통연희의 기초,국악지휘법 등 모두 29개에 이른다.

서울 성북구 성북동 동구여상은 부동산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내년부터 '부동산 중개실무'와 '부동산 조세실무'를 가르치겠다고 교육청에 신고했다.

동구여상은 이 과목들을 부동산마케팅학과 50명 학생들의 내년 교육 과정에 넣을 예정이다.

동구여상의 김형진 부동산마케팅학과장은 "지난해 신입생들에게 부동산학 개론 등을 가르쳤고 올해는 민법일반,부동산 경제 등을 강의할 예정"이라며 "내년부터 가르치는 부동산 중개실무 수업에서는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사례를 케이스별로 연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구여상은 학생들에게 가급적 졸업 전에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도록 유도하고 있다.

지난해 학생들 중 처음으로 1차 시험을 통과한 2학년 김완희양(17)은 "졸업 후 기업체의 부동산 관리담당자로 일하거나 건국대 부동산학과 등으로 진학하고 싶다"며 "올해 2차 시험까지 통과해 자격증을 취득하면 감정평가사에도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국립학교로 전환된 서울 시흥동 전통예술고등학교(옛 서울국악예고)는 줄타기ㆍ사발돌리기 등을 가르치는 '전통연희의 기초' 과목을 신설하기로 했다.

궁중음악ㆍ한국무용ㆍ전통악기ㆍ산조(판소리ㆍ민요) 등으로 구분된 기존 과목 체계에서 다루지 못했던 '마당놀이'를 교과 과정 안으로 끌어들인 것.

전통예고의 김승국 국악연구소 교사는 "음악과 소리와 춤과 극(대사)이 하나로 융합된 우리나라의 전통 공연예술 형태를 학생들에게 가르치기 위해 과목을 개설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 신입생들은 일주일에 6시간씩 이 수업을 들으며 줄타기,광대놀음 등을 직접 경험해보고 이 분야의 고수가 될 수 있는 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며 "2006년 히트했던 영화 '왕의 남자' 영향인지 주변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서울 전농동의 해성국제컨벤션고등학교는 올해부터 'e-컨벤션' 과목을 개설한다.

대규모 전시회를 열 때 필요한 현장 등록 시스템ㆍ상담 지원 시스템이나 인터넷 홈페이지로 전시관을 운영하는 법 등을 실제 사례 중심으로 배우게 된다.

강호 해성국제컨벤션고 교사는 "컨벤션 산업은 대규모 조직을 운영하는 종합적 능력을 갖춘 인재를 필요로 한다"며 "유치ㆍ운영ㆍ사후관리 등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실무를 학생들이 익히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가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는 '토익영어' 과목도 이색적이다.

강 교사는 "과거 해성여상 시절에 가르치던 무역영어를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토익영어로 대체한 것"이라며 "1주일에 6시간씩 실제 토익 문제를 중심으로 가르치는데 학생들의 학습 의욕이 높다"고 전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