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들의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일부 대기업에 이어 코스닥 회사들도 속속 관료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거나 선임할 예정이다.

기업의 관료 출신 사외이사는 정부 등을 상대로 든든한 '바람막이' 역할을 해주면서 홍보효과까지 노릴 수 있어, 잘못된 관행이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고 있다.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정보기술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노무현 정부에서 국회 사무총장을 역임한 남궁석 전 의원을 사외이사로 추천키로 했다. 남궁 전 의원은 김대중 정부의 정보통신부장관에 이어 16대 국회에서 열린우리당 의원을 지냈고, 현재 당적을 옮겨 한나라당에 국회의원 후보공천 신청을 낸 상태다.

에스에프에이는 오는 28일 주총에서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을 사외이사로 선임키로 했다. 에스에프에이는 '장하성펀드'로 알려진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KCGF)로부터 이 펀드가 추천한 이사와 감사 후보를 선임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회사측은 이에 대응해 '진대제 카드'를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사이버패스도 대구와 의정부의 지방검찰청 부장검사를 지낸 이동호 변호사를 21일 주총에서 추천키고 했다. 버추얼텍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 출신인 백승민 연세대 교수를 지난달 주총에서 사외이사로 이미 선임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의 사외이사들도 거수기 역할밖에 못 하는 현실에서 코스닥의 관료 출신 이사들이 해당 회사의 사업 모델이나 재무재표 등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지 의문"이라며 "명패 빌려주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미국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남동생이 이사로 있다는 싸이더스나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버락 오바마의 정책 고문이 회사의 수석고문으로 있다는 유아이에너지 등도 경영진의 친분에 의해 이름만 빌려온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렇게 선임된 사외이사들이 주주의 이익을 위해 경영진에 싫은 소리를 할 리 없다"면서 잘못된 관행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