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고용 5년만에 최대폭 감소..FRB 최대 1%p 금리인하 전망도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져드는 것이 거의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2월 미국의 비농업부문 고용이 5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하고 제조업이나 서비스 경기가 모두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도 잇따라 나오는 등 경기침체를 알리는 신호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택압류와 주택담보대출 연체는 기록적으로 늘어나 부동산시장이 침체에서 빠져나올 조짐을 전혀 보이지 않으면서 금융시장의 신용위기 우려도 커지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금리를 작년 9월 이후 5차례 연속 내린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또 한차례 대폭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힘을 얻고 있다.

◇ 쌓이는 경기침체 신호 = 미 노동부는 7일 지난달 비농업부문 고용창출이 건설과 제조, 소매업 등에서 일자리가 줄어든 여파로 6만3천명 감소, 1월에 이어 2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고 7일 밝혔다.

2월의 감소폭은 미국의 이라크를 침공한 지난 2003년 3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마켓워치가 조사한 월스트리트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2만명 증가 전망을 뒤집었다.

고용은 미국 경제성장에 70%를 기여하는 소비지출의 기반이자 경제 전반의 상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라는 점에서 2월 고용 대폭적인 감소는 미 경제가 침체에 빠졌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 통신과 마켓워치 등 미 언론들은 2월의 고용 감소가 경기가 침체에 빠졌다는 증거를 추가했다고 평가했다.

5일 발표된 ADP 고용보고서도 미국의 2월 민간부문 고용은 2만3천명 줄었다고 밝혀 고용시장의 악화를 예견했었다.

아발론 파트너스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피터 카딜로는 "경제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멈췄다"면서 이번 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것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고 마켓워치에 말했다.

고용 감소는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등 경제활동이 약화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미 공급관리협회(ISM)가 5일 내놓은 2월 비제조업 지수는 49.3으로 전월의 44.6보다 높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기준점인 50을 밑돌아 서비스 경기가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또 미 상무부가 같은 날 발표한 1월 공장 주문도 전달보다 2.5% 줄어 제조업 경기둔화를 반영했다.

FRB도 5일 미국내 12개 지역 연방은행의 보고를 종합해 만든 베이지북을 통해 올해 들어 주택시장 침체 심화와 신용경색 속에 소비와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경제가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FRB는 베이지북에서 12개 지역 중 3분의 2의 경제 활동이 약화됐다며 나머지 3분의 1의 지역도 성장이 둔화되거나 완만한 상승을 에 그치는 등 경제활동이 억제됐다고 진단했다.

이같이 경제 전반이 어려워지는 가운데 작년 4.4분기 주택압류 비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대출 연체 비율도 22년 만에 최고치에 달하는 등 부동산시장 침체로 주택 소유자들의 사정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신용위기 확산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미 모기지은행협회(MBA)는 4분기에 주택대출 중 압류에 들어간 비율(계절조정치)은 0.83%에 달해 전분기의 0.78%보다 높아지며 전 분기에 이어 사상 최고치에 달했다고 밝혔다.

모기지 연체 비율도 5.82%에 달해 전분기의 5.59%, 1년 전의 4.95%에 비해 크게 높아지면서 198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백악관은 여전히 경기침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지만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음은 인정하는 모습이다.

백악관 토니 프래토 부대변인은 이날 고용 감소에 실망했다면서 이번 분기가 미 경제에 매우 어려운 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경기침체는 기술적 용어"라면서 "여러분들이 무엇이라고 부르건 간에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시기에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해 경기가 침체를 향하는 것이 아니라 둔화되고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 미 대폭 금리 인하 예상 = 이같이 미 경제가 침체를 향하는 모습이 확연해지면서 FRB가 이번달 18일 개최하는 금리정책 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또 한번 대폭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9월 이후 5차례의 금리 인하를 통해 기준금리를 3%로 내린 FRB가 이번에 1%포인트를 전격 인하해 금리를 2%로 낮출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2월의 고용감소가 FRB가 18일 회의에서 금리를 최대 1%포인트까지 낮출 것이란 기대를 강화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고용지표 발표 전날인 6일 최근의 경제사정 악화에 따라 FRB가 추가로 대폭적인 금리인하에 나서기로 방향을 잡은 것처럼 보인다고 큰 폭의 금리인하를 기정사실화하고 다만 인하폭이 관건이라고 보도했다.

WSJ는 연방기금 선물시장은 금리의 0.75%포인트 인하 가능성 무게를 두고 움직이고 있다면서 인플레 우려 때문에 0.25%포인트의 금리인하도 FOMC 회의에서 논의될 수 있지만 이 같은 소폭의 금리 인하는 오히려 시장의 부정적인 반응을 촉발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FRB는 이와 함께 최근 손버그 모기지 등이 마진콜(증거금 부족분에 대한 상환요구)을 맞추지 못하는 등 신용위기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자금시장에 유동성 공급 확대에도 나섰다.

FRB는 우선 오는 10일과 24일 금리입찰을 통해 신용시장에 공급하는 자금을 각각 500억달러로 200억달러씩 확대하고 필요할 경우 향후 더 많은 자금을 신용시장에 공급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FRB는 또한 이날부터 1천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기대되는 일련의 환매조건부 채권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