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에서는 근로자에 대한 해고가 자유스러운 대신 취업도 잘 되는 편입니다.실업률 3.5%로 거의 완전고용 상태지요.”

덴마크 사용자단체(DA)의 헤닝 가데 수석연구원은 덴마크 기업들의 고용 유연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고용 유연성은 덴마크가 자랑하는 트레이드 마크다.잘 짜여진 사회보장제도와 직업교육을 통한 재취업이 유기적으로 맞물린‘유연-안전성 모델’은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져 고용을 창출하고 있는 선순환구조다.

'황금의 삼각(golden triangle)모델'로 불리는 이 시스템은 고용유연성과 직업교육,사회안전망이 핵심 구성요소이다.

즉 기업은 직원을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고,근로자는 일자리를 잃게 되면 직업교육을 통해 언제든 재취업이 가능하고,실업기간 중 생계는 실업급여로 충당하는 구조다.

헤닝 가데 수석연구원은 "고용시장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3각축 가운데 어느 하나만 강조해서는 곤란하고 서로 연결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모델은 고용안정을 원하는 많은 선진국들의 교과서가 되고 있다. 가데 수석연구원은 "미국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 선진국의 노동장관이나 총리들이 유연-안전성 모델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덴마크를 여러 차례 방문하고 있다"며 "고용시장 유연성은 기업활동을 촉진시켜 수익증대와 고용창출을 촉진한다"고 설명했다.

이 나라에서 해고를 원한다면 6개월의 예고기간만 거치면 언제든 가능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고용보호법제의 유연성 순위에서도 미국 영국 캐나다 아일랜드 스위스 호주에 이어 7위에 올라 있다.

덴마크는 인구 500만명에 불과하지만 노동시장이 유연하다보니 1년에 일자리 25만개가 생기고 25만개가 사라질 정도다.

실제로 생애 직장이동 횟수로 보면 근로자 1인당 6회로 유럽 평균의 4회보다 빈번하다.직장 근속기간도 8.3년으로 유럽 평균 10.6년보다 짧고 고용유연성이 가장 높은 미국의 6.5년보다는 다소 길다.

세계 당뇨병 치료제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는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노디스크.성과제도를 시행하는 이 회사는 해고도 유연하지만 임금유연성까지 확보하고 있다.

근로자 개인의 역량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특히 성과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서면 경고 후 해고할 수 있다.노조는 자신의 존재를 최대한 낮춘 채 기업의 생산활동을 도와주고 있다.

이 회사의 스티그 플린트 부사장은 "치열한 국제경쟁에 살아남기 위해선 효율성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고용유연성 제도는 기업 입장에서 대환영"이라고 말했다.


덴마크는 비정규직이 많지 않은 편이다.해고가 쉽다보니 비정규직이 필요없기 때문이다.기업친화적(business friendly) 정책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덴마크 정부는 30%대인 법인세율을 지난해 27%로 낮췄다.유럽 주요국들의 평균 법인세율은 30%대이다.기업에 대한 규제도 적어 유럽국가 가운데 법인을 설립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가장 짧은 나라로 꼽힌다.기업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르웨이도 고용유연성이 높긴 마찬가지다.노르웨이 화학비료 생산업체인 YARA의 경우 1990년대 경영이 악화되었을 때 노조의 반발 없이 전 직원의 30%에 해당하는 500명을 구조조정할 수 있었다.

해고를 할 때는 근속연수(짧게 일한 사람일수록 먼저 해고),능력,부양가족 등이 고려사항이다.이 회사의 안네 그레데 다레인 인사노무부장은 "노조가 회사의 어려운 경영사정을 알기 때문에 구조조정에 동의했다"며 "노조가 정리해고에 반대했다면 회사는 회생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평가시스템을 도입해 능력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이 회사의 점심시간은 20∼30분.햄버거나 샌드위치로 간단히 점심을 해치운 뒤 곧바로 업무를 재개할 정도로 작업 강도가 세다.

스웨덴 정부도 지난해 고용주세를 감면해 기업활동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10명 이상 고용 땐 32.78%,10명 미만 고용 땐 30.78%의 고용주세를 감면해주는 방안이다.

스웨덴 제지회사인 SCA사의 보 로디너 노사담당 부사장은 "회사가 있어야 노조는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때문에 노조가 무분별하게 군림하거나 특권의식을 가지려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코펜하겐ㆍ스톡홀름ㆍ오슬로 현지취재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