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가 영남권 공천 확정자를 6일이나 7일 일괄 발표키로 한 가운데 이 지역 현역 의원들은 좌불안석이다.

공심위의 이 같은 방침이 대규모 물갈이를 염두에 둔 의도로 해석돼 친 박근혜 전 대표 진영이나 친 이명박 진영의 현역 의원들 모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구 북구을에서 4선을 노리는 안택수 의원은 5일 '친 이계'임을 다시 한번 분명히했다.기자가 친 박계로 착각해 전화를 걸자 "친 이계입니다.제대로 알고 취재하세요"라는 면박성 답이 돌아올 정도였다.공천 확정발표를 앞두고 막바지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는 친 이-친 박계 간 신경전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방증이다.

안 의원에게 도전장을 낸 서상기 비례대표 의원은 "한 달 전 선거사무실을 개설했지만 여론조사 결과 3선인 안 의원과 대등한 수준으로 평가돼 고무적"이라면서 "경제가 침체된 대구지역 공천 신청자 12명 중 한 사람만이라도 첨단산업,성장동력,과학기술을 아는 전문가가 공천을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경북 고령·성주·칠곡이 지역구인 친 박계 이인기 현 의원은 친 이계인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으로부터 도전을 받고 있는데 주 회장의 과거 전력을 걸고 넘어졌다.

이 의원은 "주 회장의 경우 지난 16대 의원 때 노량진수산시장 경매입찰 방해죄 형으로 징역 6월 및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아 당규상 공천 신청자격이 없으나 어떻게 1,2차 심사를 통과했는지 모르겠다"고 강한 불만을 털어놨다.

주 회장 측은 이와 관련,"주 회장이 1,2차 심사를 통과했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친 박계인 부산 사하갑의 엄호성 의원은 "내가 친 박계라는 데 이의가 없다"면서도 "전과자조차 걸러지지 않는데 개혁공천은 이미 물 건너 간 게 아니냐"고 범 친 이계를 겨냥했다.영남권의 다른 중진 의원 측 관계자는 "막판 비극의 주인공이 혹시 우리가 될 가능성이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며 "피가 마르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5일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인준을 보류한 1차 공천내정자 4명 중 김병묵 전 경희대 총장(충남 서산·태안)과 김학용 전 경기도의원(경기 안성) 등 2명에 대해 공천을 최종 확정했다.그러나 김영일 전 강릉 MBC사장(서울 은평갑)과 안홍렬 당협위원장(서울 강북을) 등 2명에 대해서는 공천심사위에 정식으로 재의를 요구하는 등 공심위와 지도부의 힘겨루기가 계속됐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