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너무한' 고철 사재기‥중간상 매점매석 경쟁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중간상 매점매석 경쟁‥철근업체 비상
철근업체 물량부족에 減産 비상
철스크랩(고철) 품귀현상이 지속되면서 중간 유통업체들의 '고철 사재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조만간 국내 고철값이 배삯을 내고 수입하는 고철가격을 넘어서는 기현상까지 벌어질 상황이다.'기다리면 더 비싼 값에 팔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고철 중간상들이 물량을 움켜쥐고 풀지 않기 때문이다.철강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가격도 문제지만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기 힘들어서다.재고량이 줄어들면서 감산 우려까지 나온다.
◆국내외 고철가격 역전
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t당 평균 37만4000원 수준에서 거래되던 철스크랩 값은 최근 들어 46만원 선까지 급등했다.한 달 새 20% 이상 올랐다.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전기로(電氣爐) 업체들은 고철을 녹여 철근 등 철강제품을 만든다.고철값이 오른 만큼 고스란히 원가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국내 고철값이 연일 뜀박질을 하면서 수입 고철가격보다 높아지는 기현상도 나타날 조짐이다.현재 국내 고철값은 미 달러화로 t당 485달러 수준.미국내 거래가격(330달러)보다 50% 가까이 비싸다.미국산 고철을 수입,해상운임과 기타 부대비용을 모두 지불하더라도 약 500달러면 계약을 할 수 있다.국내 고철과의 가격차가 겨우 1만원 안팎으로 좁혀졌다.
철강업체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미국산 철스크랩 가격이 국내 고철에 비해 t당 평균 4만~6만원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며 "추가 가격상승을 기대하는 일부 유통상이 매점매석에 나서면서 시중 유통 물량이 크게 줄어 조만간 가격 역전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비상 걸린 철강업체
고철 시장의 수급악화로 철강업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우선 물량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철강업체 관계자는 "재고율이 갈수록 떨어져 일부 업체에서는 감산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A업체의 경우 하루 평균 1만t가량의 고철이 필요하지만 요즘은 6000~8000t 정도를 확보하는데 그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재료인 고철 가격 급등으로 수익성도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국내 철근 가격은 미 달러화로t당 770달러 수준.고철값(485달러)을 빼고 나면 t당 285달러만 남는다.미국과 유럽 철강업체의 철근과 고철간 가격차가 각각 410달러와 450달러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무척 박한 수준이다.
비싼 값을 주더라도 고철을 확보할 수만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문제의 심각성은 고가(高價)에 고철을 들여오면 그 다음엔 물량을 더 구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철강업체가 비싼 값을 쳐줬다는 소문이 돌면 유통업체들이 더욱 사재기에 나서게 되고 이로 인해 고철값이 더욱 뛰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됐다는 지적이다.
지금의 '고철 사태'는 5년 전인 2004년과 닮았다.당시에도 고철값이 이상 급등했고 국내외 고철가격이 역전되는 현상이 벌어졌다.결국 일부 철강업체는 조업중단을 선언하기에 이르렀고 국내에는 '고철 도둑'이 기승을 부리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가 발생했다.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다음해인 2005년 초에는 오히려 '고철 가격 급락 현상'이 시장을 교란했다.
전기로업체 관계자는 "철강업체와 건설업계는 물론 고철 유통회사를 위해서라도 정부가 철스크랩 사재기를 막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