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자금 사건으로 위축된 미술시장에 또 ‘짝퉁 그림’ 주의보가 내렸다.

지난해 천경자 이상범 등 인기 작가의 작품을 베낀 위작 파동에 이어 올들어 권옥연 화백의 3호 크기 작품 ‘소녀(사진)’가 옥션의 자체 감정 결과 위작으로 확인됐다.

미술품 경매회사 옥션은 지난 1월의 109회 ‘퍼스트옥션’경매에서 권 화백이 소녀의 모습을 리얼하게 그린 3호 크기 인물화 1점을 경매에 부치기 전에 직접 감정한 결과 위작으로 판명났다고 3일 밝혔다.

옥션측은 “권 화백이 이 작품을 직접 감정한 결과 위작이 확실하다는 주장에 따라 경매 도록에는 실렸지만 경매에 부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작품은 컬렉터 홍모씨가 서울 인사동 화랑에서 구입한 작품으로 추정가는 1950만원으로 책정됐다.

권씨는 3호짜리 그림에 대해 “색감이나 사선구도로 볼 때 작품이 두 쪽으로 나눠진 가짜”라며 “범인을 색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옥션의 윤철규 대표도 “권 화백의 감정 소견을 받아들여 위탁자에게 작품을 돌려줬다”며 “모든 위탁 작품은 감정위원들이 복수로 감정을 실시하며 만장일치로 진품이란 결론이 나올 경우만 경매에 올린다”고 말했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국내에는 미술품 감정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거나 전문적인 의견을 제시할 통로가 없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는 재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옥션은 2005년 3월16일 경매에서도 이중섭의 작품 8점을 올려 그 중 4점을 판매했지만 위작파문이 일면서 작품을 회수했다.

김경갑 기자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