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한 3일 국무회의는 여러 면에서 확 다른 모습이었다.

이전 정권에 비해 회의 시간이 한 시간 이상 앞당겨졌다.

좌석 배치가 바뀌었고,단순히 법안을 의결하는 절차가 아닌,특정한 주제를 놓고 활발한 토론이 2시간30분가량 이어졌다.

이날은 '서민경제'가 주요 토론 테마였다.

국무회의는 4개 부처 장관 내정자들이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낙마하거나 임명장을 받지 못하면서 '성원'이 미달함에 따라 참여정부 각료 4명이 참석하는 다소 '기형적' 형태로 진행됐다.

◆회의 시간 오전 8시로

정기 국무회의 시간이 매주 화요일 오전 8시로 사실상 확정됐다.

과거 정부의 오전 9시~9시30분에서 한 시간 이상 빨라진 것이다.

이 대통령의 의지가 담겼다.

이 대통령은 "첫 국무회의인 만큼 원칙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고 운을 뗀 뒤 "서울시장 때 8개월간 (국무회의에)참석해 봤는데,총리께서 (사정이)된다면 매주 화요일 오전 8시에 국무회의를 열면 어떨까요… 반대?"라고 말했다.

이에 국무위원들은 웃으며 동의를 표시했다.

잦은 임시 국무회의 개최도 예고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그때 그때 의제에 따라 (임시 국무회의를)오후에 열어서 밤늦도록 토론하든가,그러면 어떻겠느냐.임시 국무회의는 시간 관계없이 난상토론을 하도록 하자"고 거듭 주문했다.

◆바뀐 좌석 배치

국무회의 장소인 청와대 본관 세종실의 모습이 180도 바뀌었다.

회의장 테이블 한가운데에 위치한 대형 빔 프로젝트가 사라졌다.

국무위원들 간의 거리가 이전의 4m93㎝에서 3m43㎝로 1m50㎝ 가까워졌다.

"국무회의도 형식적인 '보고'가 아닌 실질적인 '토론'중심으로 진행하라"는 이 대통령의 특명에 따라 국무위원들의 간격을 좁힌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토론자가 거리가 멀면 아무래도 밀도있는 토론이 어렵다는 판단 아래 좌석 배치를 새로 했다"고 말했다.

회의 테이블도 길쭉한 타원형으로 바뀌었다.

과거 긴 사각형 테이블 맨 앞단이었던 대통령 좌석은 타원형 테이블의 중앙으로 옮겨졌다(도안 참고).대통령이 실질적으로 회의를 주재하도록 하는 모양새를 갖춘 것이다.

이날 국무회의엔 상시 배석 멤버인 법제처장,국가보훈처장은 인선이 이뤄지지 않아 참석하지 않았다.

서울시장의 경우 상시 배석 여부에 대한 최종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관계로 불참했다.

일반 배석 인원은 청와대 수석들과 경호처장,감사원 사무총장을 포함해 28명이었다.

◆회의 전 격의 없는 티타임

국무회의장에는 티테이블 2개와 함께 커피잔과 인스턴트 커피가 놓여져 있었다.


국무위원들이 직접 커피를 타마시는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회의 시작 전 이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은 티테이블 주변에 서서 커피를 마시면서 격식 없이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