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밝힌 "땅을 사랑했을 뿐이다."(박은경 전 환경부 장관 내정자) "내 재산이 많다고 하는데,배용준을 봐라."(유인촌 문화부 장관)는 등의 해명은 네티즌 사이에서도 큰 화제였다.

그런데 윤리적인 관점을 배제하고 순수하게 재테크 차원에서 접근했을 때 이들의 재테크 점수는 몇 점이나 될까.한국경제신문은 국민 우리 신한 하나 외환 한국씨티은행 등 6개 은행으로부터 추천받은 대표 프라이빗 뱅커(PB)들에게 이들의 자산 포트폴리오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다.단 본인들의 요청에 따라 소속 은행 및 PB들의 신상은 익명으로 처리했다.

◆15명 중 5명이 PB고객 후보


지난달 18일 처음 발표한 15명의 장관 및 사퇴자 가운데 유인촌 이윤호 김경한 박은경 이영희씨 등 5명은 금융자산이 10억원을 넘는다.금융자산 기준으로 10억원 이상을 고객으로 받는 시중은행 프라이빗 뱅킹 고객 후보군에 모두 포함돼 있는 셈이다.실제로 보유 자산 중 30억원 이상을 일본 국채에 투자한 유인촌 장관의 경우 청문회 과정에서 "시중 한 금융회사의 PB센터로부터 투자 조언을 받았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지난해 발간된 '월드 웰스 리포트(World Wealth Report) 2007'이라는 보고서에서 메릴린치는 1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부자들이 한국에 9만9000명가량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작년 7월1일 기준으로 한국의 총인구가 4845만6000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PB 고객 후보인 이들 5명은 대한민국 상위 0.2% 이내에 드는 부자들로,'A+' 점수를 줘도 무방한 셈이다.

분당 소재 PB센터에서 설문에 응한 한 PB는 "예금자산이 30억원 이상인 유인촌 이윤호 등 2명의 장관 같은 경우 약 500명이 거래 중인 우리 PB센터 내에서도 상위 5%에 드는 초우량 고객에 속한다"고 전했다.

◆지나친 부동산 편중은 문제


이번 조사에 참여한 PB들은 "절대금액으로 따져봤을 때 이상희 국방장관 및 김성이 복지장관 내정자 등 2명을 제외한 13명의 재테크 성적표가 'A' 수준"이라고 말하면서도 "부동산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는 포트폴리오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평균 잡아 보유 자산의 65% 정도를 부동산으로 갖고 있는데,이 비중을 50% 수준 이하로 떨어뜨리는 게 바람직한 것으로 PB들은 분석했다.특히 "땅을 사랑한다"는 발언으로 화제가 된 박은경 전 환경부 장관 사퇴자의 경우 "지나치게 부동산 비중이 많아 최소한 아파트 1채 및 단독주택,또 몇몇 콘도 등을 정리해 현금 및 유가증권의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게 PB들의 공통된 분석이었다.

총 140억원대의 재산을 신고해 재산 보유 규모 '넘버1'을 차지한 유인촌 문화부 장관의 경우 부동산 보유 비중이 조금 높기는 하지만,포트폴리오 구성 측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한 PB팀장은 "청문회 과정에서 논란이 벌어진 32억원가량의 일본 국채는 절세를 위해 투자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유 장관의 경우 연간 금융소득이 4000만원을 넘을 경우 부과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에 포함되기 때문에 연간 1억원가량을 절세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환차익을 통해 추가적인 수익도 올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이 PB팀장은 "하지만 골프장 회원권이 3개나 되고 보유 중인 주택 숫자도 많은 편이어서 배우자와 본인 이름으로 돼 있는 아파트나 주택 가운데 일부는 자식들에게 증여해 놓는 게 좋겠다"고 설명했다.

◆강남 아줌마들 반응은 '싸늘'


조사에 응한 PB팀장들은 이구동성으로 "PB 고객들 사이에도 이번 재산 파문에 대한 반응이 그다지 좋지 않다"고 전했다.송파구에서 근무 중인 한 PB팀장은 "과거 제재가 느슨할 때는 부동산 투자와 관련해 본인도 잘 모르는 사이에 탈♥편법 행위를 하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 수년간 부동산 투기에 대한 국민정서가 나빠지면서 부자들 사이에서도 특히 세금과 관련한 부분은 명확하게 처리하고 넘어가는 분위기가 확산돼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