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을 떠나는 대형 상장사가 잇따르면서 코스닥의 현 상황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상장기업 수 1000개를 넘어설 정도로 급성장했지만 신뢰도가 떨어진 데다 정체성마저 잃어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에 이어 LG텔레콤이 올 들어 유가증권시장 이전 상장을 결의했다.LG텔레콤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코스닥 시가총액 3위(2조2792억원)와 6위(1조2717억원)여서 코스닥시장의 수급상 공백이 우려되고 있다.

코스닥의 소주 제조업체 무학도 이날 이사회를 열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하기로 결의했다.무학은 내달 17일 주주총회를 열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결의한 후 이전 상장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우량 상장사들이 코스닥을 떠나는 이유는 단호하다.LG텔레콤 관계자는 "코스닥시장은 주가 변동성이 크고 횡령과 배임 등도 빈번해 기업의 이미지 개선에 한계가 있다"며 "이번 이전 상장으로 대외적인 신인도 향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코스닥시장은 상장기업수가 1028개사로 덩치는 커졌지만 질적 저하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이익을 내지 못하는 회사가 너무 많다.코스닥 12월 결산법인 871곳 중 이익을 내지 못하는 회사는 333곳(38.3%)에 달한다.유가증권시장의 경우 17.1%에 불과하다.

횡령과 같은 금융범죄도 끊이지 않고 있다.작년 한 해 동안 코스닥에서 불공정거래 혐의로 접수된 사건 수는 145건으로 유가증권시장 41건보다 70%가량 많았다.특히 시세조종 등 악질 증권범죄는 총 59건의 적발건수 중 51건이 코스닥에서 발생했다.

시가총액이 1000억원 이상인 코스닥기업은 유가증권시장(387곳)의 3분의 1 수준인 179곳에 불과하다.반면 시총 300억원 미만의 소형주는 코스닥이 344개사로 유가증권시장(81개사)의 약 4배에 이르렀다.코스닥 기업의 90% 이상이 액면가가 500원 이하일 정도로 '값싼 시장'을 선호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부장은 "코스닥시장이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창구로 중요하지만 지나치게 공급자(기업) 중심으로 운영돼 소비자(투자자)를 등한시한 부분이 많다"며 "신뢰를 얻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곽성신 증권선물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은 "유가증권시장 유보율 규정을 없애면서 코스닥을 떠나는 기업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퇴출을 강화하는 등 시장 정화에 더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진형/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