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조리기기 분야 특허 무상 사용
LG전자가 '백색가전'의 원조인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손잡고 생활가전제품 기술력 강화에 나선다.세계 가전시장 3위인 LG전자는 그간 생활가전 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경쟁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나 해외업체 인수.합병(M&A) 등을 검토해왔다.

LG전자는 27일 서울 가산동 연구.개발(R&D) 캠퍼스에서 생활가전(DA) 사업본부장인 이영하 사장과 GE 소비재 사업본부 미주담당 린 펜더그라스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생활가전 분야 기술제휴 협약을 맺었다.

양사가 공동전선을 구축하기로 한 분야는 냉장고와 조리기기 분야 기술.LG전자는 이번 협약 체결로 GE가 보유한 기술특허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GE도 LG전자의 냉장고 관련 특허를 별도 로열티 지급 없이 쓸 수 있게 됐다.특히 GE는 향후 LG전자와 다른 가전제품 특허도 공유하는 방안을 추진,중국 등 경쟁업체의 추격을 따돌린다는 전략이다.

생활가전 사업은 LG전자의 대표적인 수익원이다.지난해 DA사업부가 세계시장에서 벌어들인 돈은 모두 126억 달러.LG전자 전체 매출의 31%에 달한다.

하지만 경쟁업체의 가전매출과 비교하면 미국의 월풀(1위)과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2위)에뒤쳐진다.특히 LG전자는 가전사업의 핵심인 냉장고 부문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투자를 집행해 왔지만 수년째 월풀을 넘어서지 못하고 2위에 머물고 있다.

GE는 그런 점에서 적절한 협력 상대다.현재 GE는 생활가전 분야에서 세계 9위의 업체다. 하지만 100년이 넘는 기업답게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사장은 "GE와의 특허공유를 바탕으로 2010년까지 월풀을 따라잡을 계획"이라며 "이번 협력을 통해 매출과 수익에서 세계 최고의 가전업체로 등극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이번 GE와의 제휴를 계기로 생활가전 부문에 대한 R&D(연구개발)도 강화할 계획이다.올해 DA사업부 매출의 5%를 연구개발비로 투자하고 내년부터는 투자규모를 늘린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또 GE외에 다른 가전업체와의 제휴도 확대할 계획이다.'경쟁력있는 해외업체와 기술을 공유해야 가전경쟁력을 단시간에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LG전자는 2000년 일본의 마쓰시타와 에어컨 분야에서 사업협력을 맺은 데 힘입어 에어컨 세계 판매 1위 기록을 달성했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