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들이 컨설팅 업무를 재개하고 있다. 본업인 감사업무가 집단소송제 도입 등으로 부담이 커진 반면 대기업들이 시기만 저울질하던 신규 사업을 올 들어 본격적으로 추진하며 컨설팅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영회계법인은 영국의 언스트앤영 본사로부터 약 2억원을 투자받아 지난해 6월 FSRM(재무서비스리스크관리)팀을 세웠다.2006년 경기침체 영향으로 컨설팅 업무를 폐지한 지 2년 만이다.FSRM팀은 기업들이 중장기 성장전략 등을 짤 때 시장 및 신용,유동성,운영 리스크를 상담해 준다.이를테면 해외사업 확장을 고려하는 경우 해외 인력채용을 위해 선진국에 맞는 해외 인사제도 도입을 도와주는 식이다.

한영회계법인 관계자는 "국민은행 미래에셋증권 삼성엔지니어링 등 대형 금융사와 제조업체로부터 10여개의 프로젝트를 수주해 6개월 만에 당초 목표치인 10억원을 초과하는 25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렸다"고 설명했다.한영회계법인은 올해 최소 30억원 이상의 매출 달성을 목표로 세우고 컨설팅 인력도 현재 20여명에서 연말까지 30여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안진회계법인은 과거 외부에 맡겨오던 컨설팅 업무를 내부로 끌어들였다.이 회사는 2006년까지 외부에 '딜로이트컨설팅'이란 브랜드만 주고 브랜드 사용료를 받았었으나 작년 초 계약을 끝내고 자체 조직으로 물갈이했다.안진회계법인 관계자는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작년 한 해 동안 30여개 업체에 컨설팅을 실시했다"며 "컨설팅 업무를 대폭 확대한다는 목표 아래 현재 100명 정도인 컨설팅 인력을 올해 200명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컨설팅 분야에 별도 법인을 두고 있는 삼일과 삼정회계법인도 컨설팅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이들은 "은행권이 국제회계기준(IFRS)에 맞춰 기존 회계시스템을 바꿔야 함에 따라 관련 컨설팅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당분간 주력사업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공인회계사회 관계자도 "상장사 감사인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가능성이 커져 회계감사업무 수임은 신중을 기하는 반면 수수료가 감사보수의 3배가 넘는 컨설팅 업무는 반기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