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일본 도쿄 시내에서 서쪽으로 30km 떨어진 고다이라시(市).세계 1위 타이어 업체인 브리지스톤의 타이어 생산공장이 자리잡고 있는 곳이다.

공장 규모는 56만㎡(약 17만평)로,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 건축면적의 3배에 달한다.

출입증을 발부받아 공장 안에 들어서자 최첨단 장비를 갖춘 이 곳에서도 타이어 공장 특유의 매케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도시오 미야타 환경유지담당은 "고무에 열을 가하면 특유의 강한 냄새가 날 수밖에 없다"며 "인체 유해성분이 공장 밖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각 구역을 유해가스 배출정도에 따라 A에서 C등급으로 분류해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이어 "1930년 회사 창립 후 지금껏 냄새나 유해물질로 사망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덧붙였다.

브리지스톤 도쿄공장은 일본 내 9개 타이어 공장 중 유일한 도심 속 설비여서 특별히 환경에 신경쓰고 있다는 설명이다.타이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인근 도치기현 공장으로 가져가 태운 다음 그 열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다.전력 생산량만 해도 5000kw에 달해 도쿄공장 소요분의 33%를 충당하고 있다.폐수를 공장 내 지하에서 정화한 다음 곧바로 냉각수로 활용하는 등 폐수 무배출 시스템도 갖췄다.

도쿄공장의 자동화율은 97% 수준.하루 평균 3만여개의 타이어를 만들지만 생산직 근로자가 970명에 불과한 배경이다.자동화 덕분에 공장 안에선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과 여성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히사시 무라카미 아시아담당 과장은 "자동화 설비를 도입한 뒤 오차가 거의 없는 제품들이 생산되고 있다"며 "하지만 마지막에 불량품을 꼼꼼하게 체크하는 것은 사람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도쿄 공장보다 자동화율이 앞선 곳이 있다.바로 일본 중부지역에 위치한 히코네 공장이다.브리지스톤이 2004년 재료 공정부터 제품 검사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한 '버드(BIRD)' 시스템을 도입,무인생산 체제를 완성했다.자동화율 100% 공장은 전세계 타이어 공장 가운데 이곳이 유일하다.인가받은 소수의 운영 인력과 일부 최고위층 임원만 출입이 가능할 정도로 철저하게 베일에 싸여 있다.

브리지스톤이 이 같은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거나 해외에 공장(6개)을 설립할 때 일본 내 노조의 반대는 없었다.도쿄 공장에서 4개조 3교대제를 실시하고 있는 생산직 근로자들은 현재 휴일 19일을 제외한 연중 346일 조업체제를 유지하고 있다.아사오카 유이치 브리지스톤 한국 지사장은 "글로벌 경쟁 시대에 노조 활동은 의미가 없다"며 "브리지스톤 노조가 파업한 것도 50여년 전이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브리지스톤은 2006년 2조9921억엔(약 26조4000억원)의 매출을 올려 2년 연속 세계 1위 타이어업체가 됐다.전세계 자동차 5대 중 한 대가 브리지스톤 타이어를 사용하고 있다.

도쿄=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