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르고 등 따스하면 행복하다던 시절이 있었다.그땐 다들 나이 들면 주름 투성이에 흰 머리 휘날리는 줄 알았다.환갑이면 얼추 천수를 누렸다고도 여겼다.옛날 얘기다.지금은 환갑이면 청춘이고 칠순에도 백발은 드물다.40대는 물론 50대 중반 여배우 얼굴에도 주름 한 점 없기 일쑤다.

남녀 모두 나이에 상관없이 왕성한 체력을 과시하고,젊은 사람처럼 탱탱한 피부를 자랑하기도 한다.더 젊게,더 아름답게,더 건강하게,더 섹시하게 살고 싶은 욕망의 결과는 실로 놀랍다.이러다 어디선가 영화 '아일랜드'에서처럼 장기 적출용 복제인간을 만들겠다고 나설지도 모른다.

거기까진 아니더라도 불로장수(不老長壽)에 대한 염원,그것도 기왕이면 뛰어난 심신을 유지하려는 열망은 계속 증대될 것이다.'해피 드러그(happy drug)'의 종류 및 시장 확대는 그같은 흐름을 대변하고도 남는다.해피 드러그란 우울증 치료제에서 비롯된 말이지만 지금은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약을 통칭하는 용어로 쓰인다.

범위 또한 넓다.인류 3대 발명품 중 하나(?)라는 발기부전 치료제부터 S라인을 위한 비만 치료제,대머리의 아픔을 잊게 한다는 발모제,주름을 지워준다는 보툴리눔 독소제(보톡스),성장호르몬을 이용한 노화예방제까지.나이든 사람 75%가 고생한다는 안구건조증 치료제도 이에 속한다.

현재 60조원가량인 세계 시장 규모는 해가 다르게 커지고,국내시장 역시 발기부전 치료제 1000억원,비만치료제 640억원,발모제 200억원 등인데 모두 연 10% 이상 증가한다는 마당이다.이유는 간단하다.해피 드러그를 사용하면 외모든 건강이든 달라져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 게 그것이다.

그러나 세상에 다 좋은 건 없는지 해피 드러그가 불행을 자초할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진다.보톡스는 호흡 곤란,먹는 금연보조제와 비만치료제는 우울증을 유발하는 예가 있으니 조심해서 써야 한다는 얘기다.행복의 첫째 요소는 자신감과 만족,감사하는 마음이다.약은 이런 것들의 보조제 이상일 수 없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