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회동은 대선 직후인 지난해 12월28일 이후 50일 만이다.이날 회동은 비공개로 1시간45분간 진행됐지만 구체적인 협의나 합의사항은 나오지 않았다.청와대와 당선인 측 모두 "국정 전반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눴다"고만 밝혔다.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특별한 협의를 위한 회동이 아니었다"며 정부조직 개편이나 이명박 특검과 관련된 모종의 논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강하게 부인했다.

이날 회동은 새 정부 출범을 불과 1주일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애초부터 신ㆍ구 권력 간의 원활한 정권인수를 위한 협의가 목적은 아니었다.천 대변인은 "지난주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과 유우익 대통령실장 내정자가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일정이 논의됐다"며 급작스레 잡힌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지난해 말 첫 회동에서 '나중에 다시 보자'고 한 약속을 지킨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날 회동에서는 결렬 위기에 처한 정부조직개편안 협상에 대해 의견이 오갔지만 노 대통령과 이 당선인 측 모두 서로의 입장만 전달했을 뿐 특별한 공감대를 찾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해양 물류측면에서 보면 (해수부의)통합 체계가 맞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고 전했지만 천 청와대 대변인은 "해수부와 건설교통부의 통합에 찬성한다는 취지는 아니며,청와대의 기존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당선인측이 왜 거두절미하고 대통령의 발언을 흘렸는지 유감스럽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노 대통령은 또 여성가족부와 과학기술부의 흡수통합 등 이 당선인의 정부개편안 문제점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종전의 입장을 되풀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동에서 노 대통령과 이 당선인이 공감을 표시한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임기 내 처리도 현실성을 띤 합의라기보다는 조속한 비준을 촉구하는 수준 이상의 의미를 찾기는 힘들다.천 대변인도 "비준의 당사자인 국회에 던지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비준동의안이 현정부에서 처리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현재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된 동의안이 이번 주 안에 심의가 끝나고 전체회의를 통과한다는 전제하에 주말인 23,24일에 본회의를 열 수는 있지만 아직 심의 일정조차 잡히지 않고 있다.통외통위 관계자는 "데드라인을 양당 지도부가 설정해 주지 않는 이상 한없이 늘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심기/김인식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