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정 숙 < 포커스리서치 대표 jschoi@frc.co.kr >

고백컨대 요즘도 데리고 있던 직원이 어두운 얼굴로 "사장님 드릴 말씀이 있어요"하면서 들어오면 혹시 회사를 그만 둔다는 말이 아닐까 하고 덜컥 겁부터 난다.회사를 운영한 지 7년이나 됐고 이제는 직원 수가 적은 것도 아닌데 아직도 직원이 퇴사를 하겠다고 하면 일주일은 심한 가슴앓이를 한다.물론 애정을 기울이고 정성을 들여 키운 직원일수록 가슴앓이는 더 심하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이 인력 관리다.지식서비스 업체의 경쟁력은 우수한 인적자원에 있는 데 전문성과 글로벌 역량을 갖춘 고급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다.

특히 리서치나 컨설팅 회사의 경우 우수인력은 주로 외국계 기업에 근무하고 있어,국내 기업들은 우수인력 확보에 애로가 많다.국내 리서치 업계에는 "3~7년 되는 경력자를 찾으려면 박물관에 가서 찾아야 한다", "리서치를 1년만 배우면 앞으로 30년은 취업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문 인력의 육성과 관리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그리고 외국계 기업으로 옮기고 싶어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가족 같은 분위기,전문 교육,인센티브 등 여러 가지 노력을 해보지만 대기업만큼 이미지가 좋은 것도 아니고,교육 시스템이 잘 갖춰진 것도 아니고,연봉을 많이 주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공무원이나 공기업을 제외하고 취업자들이 선호하는 직장의 순서는 외국계 기업,국내 대기업,중소기업의 순이다.학력과 능력이 좋을수록 외국계 기업에 들어가기를 선호한다.가장 능력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외국계 기업에 들어가는 데,나머지 기업들은 언제 어떻게 경쟁력을 갖추고 이들을 추월할 수 있을까? 국내 대기업은 애국심에 호소하고,중소기업은 가족 같은 분위기에 호소해 보지만 한계가 있다.

중소기업 현실에서 미국 유학을 다녀오거나 소위 SKY 대학을 나온 학생들을 뽑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그렇다고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마냥 바라만 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게임 회사를 운영하는 한 친구가 언젠가 "우리 회사가 이만큼 성장한 것은 능력 있는 산업기능 요원들을 받은 덕분"이라고 실토한 적이 있다.제도적인 뒷받침으로 일정 기간이나마 우수 인력을 채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에 인재가 몰리지 않는다고 한탄만 하고 있을 게 아니다.감이 익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기엔 세상의 변화가 너무도 빠르다.이제 중소기업들도 이공계 인문계 가릴것 없이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좀더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야 할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