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화면을 계속 보고 있을 수가 없다.

눈을 질끈 감았다 떠도 곧이어 한숨이 나온다.

애써 외면하고 싶지만 '나라도 저렇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주의의 극치다.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밀양' 등을 제치고 최우수작품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4개월 3주… 그리고 2일(4months 3weeks & 2days)'이 오는 28일 개봉된다.

루마니아의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혁명이 일어나기 2년 전인 1987년 루마니아의 대학 기숙사에서 시작된다.

여대생 오틸리아(안나마리아 마링카)는 룸메이트 가비타(로라 바질리우)의 도움으로 불법 낙태 수술을 준비한다.

차우세스쿠 독재 정권에서는 낙태가 법으로 금지돼 있다.

임신 4개월을 2개월이라고 속이고 어렵사리 호텔에서 수술 준비를 마쳤지만,돈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시술자인 베베(블라드 이바노브)는 가비타에게 섹스를 요구하고….

특별한 배경 화면이나 세트는 없다.

카메라는 객관적인 관찰자 시각으로 주인공들을 비춘다.

태아를 유기하려는 가비타가 밤거리를 뛰어다니는 모습 정도를 흔들리는 화면으로 처리했을 뿐.

그러나 이 같은 무(無)기교는 놀라운 사실성을 만들어냈다.

오틸리아의 수술 장면에서는 화면을 제대로 쳐다보기조차 힘들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데 그쳤지만 개인이 철저하게 무시되는 사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이보다 강렬하게 '증언'할 수 있을까.

가비타 역시 '목숨을 건' 불법 시술에 몸을 내맡겼다.

그런 가비타가 남자친구에게 임신에 대한 불안을 이야기하자 "지금까지 괜찮았으면 된 것 아니냐.앞으로도 별일 없을 것이다"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임신이 돼도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불법 시술을 도와주는 정도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모든 것은 가비타의 몫이다.

이 영화는 철저히 억압된 사회를 배경으로 사람들은 남이 어떻게 되든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욕구만 채우려할 뿐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비열하게 보이는 베베는 물론이고 오틸리아마저 예외가 아니다.

영화 제목은 어린 생명이 세상에 머문 시간을 뜻한다.

청소년 관람불가.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